해리스측 “전기차 의무화 지지 안해”
‘러스트벨트’ 표심 의식
친환경 공약서 잇단 후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생산 의무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 미 언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리스는 과거 상원의원 시절 전기차를 비롯한 무탄소 차량 생산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난 대선 같은 취지의 대선 공약을 내걸었던 데서 후퇴한 것이다. 러스트벨트(rust belt)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전기차에 대한 지역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해리스 대선캠프는 최근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팩트 체크’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mandate)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캠프는 그러면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거론하며 “밴스는 ‘해리스가 모든 미국인이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을 강제하길 원한다’는 것과 같이 의심할 여지가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또 제조업체에 전기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2019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서명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악시오스의 요청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등을 목표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의 세액 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전기차 구매를 지원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를 지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전기차 관련 공약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전기차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선시 이를 폐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약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초 전기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반 전기차 입장을 부각했으나 최근에는 전기차가 장거리 운전에는 부적합하지만, 단거리에는 쓸모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 톤을 완화한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이 기존의 친환경 정책에서 후퇴한 것은 전기차 뿐만이 아니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최근에는 이를 번복했다.
그는 지난달 말 CNN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 변화 이유를 묻는 말에는 “내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프래킹 문제 역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지역경제와 맞물린 이슈이며 해리스 부통령이 이런 점을 고려해 입장을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