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의대정원 유예안 터놓고 논의해야”
현장 간담회 “생각 이상 심각하게 붕괴할 수도”
“용산 요지부동 … 여야 합의 수용될지 비관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일 “(의료대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터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고대안암병원을 방문해 전문의들과 현장간담회를 연 뒤 “의대 정원 증원의 방향이나 지향은 바람직하지만, 규모나 기간 등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급하게 추진돼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와 함께 서울 고대안암병원을 찾아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했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붕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6일 여야 정책위의장의 논의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추석 이전에 응급의료 대란에 대한 실효적 대안을 만들지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상황이 너무 많이 꼬여있다. 특히 용산의 태도가 너무 요지부동”이라며 “심지어 여당과 야당 사이에 일정한 의견접근이 이뤄진다고 한들 과연 정부에서 수용이 될지는 매우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2000명 증원을 못박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밀어붙이기로 의료 개혁의 목적과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의대 증원의 규모 또는 기간을 어떻게 분산할지, 또 지역 공공 필수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려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에 앞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을 비판했다. 3일에는 ‘응급실 뺑뺑이’로 숨진 60대 노동자와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 생명을 걸고 모험해선 안 된다. 정부의 진지한 대화와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에는 “의료대란이 의사 탓이라니, 그렇다면 민생 파탄은 국민 탓이고 경제 위기는 기업 탓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에 대한 여야정의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 유예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민주당은 의료대란 해소를 위해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여야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다. (여야의정 비상협의체가) 시급한 의료대란 사태부터 중장기적 의료개혁 방안까지 열어놓고 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국회 모든 원내정당이 참여하는 ‘민생개혁협의체’ 안에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벌이자고 주장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두 당의 합의만으로는 시급한 민생 의제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국회 제정당 협의체를 구성해 △채 상병 특검법 통과 △정치개혁특위 가동 △국회 의료정상화 사회적 대타협기구 설치 △추석 물가 및 체불임금 해결을 위한 긴급 지원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