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차남, 재판피하려 ‘탈세’ 유죄 인정
배심원재판 생략 조건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이 탈세 혐의 형사 재판에서 기존의 무죄 주장 전략을 뒤집고 유죄를 인정하며 배심원 재판을 생략하는 절차를 요청했다고 미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9개 혐의에 대한 유죄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2016~2019년 사이 최소 140만달러(18억 7000만원)의 연방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로 중범죄 3건 및 경범죄 6건으로 기소됐다.
헌터의 변호사는 심리에서 판사와 검사에게 ‘앨포드 탄원’(Alford plea)으로 불리는 조건부 유죄 인정 합의를 요청했다.
앨포드 탄원은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기소된 혐의에 대해 무죄라는 논지를 표현하면서도 형식적으로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유죄 판결, 형량 등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하고 재판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이다.
이 재판을 맡은 마크 스카시 판사는 헌터 측의 요청을 수용할지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헌터을 기소한 특별검사 데이비드 웨이스 팀의 레오 와이즈 검사는 “헌터는 무죄가 아니라 유죄”라며 “그가 특별한 조건을 걸고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위해 배심원단을 선정하는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재판 절차 생략을 요청하는 헌터 측의 탄원으로 이 절차는 연기됐다.
NYT는 헌터와 가까운 이들을 인용해 그가 델라웨어에서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열린 두 번째 재판에 가족을 끌어들이지 않을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면서 “그는 특히 딸 나오미와 메이지가 증인으로 불려 나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헌터는 2018년 10월 자신이 마약을 사용한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소지한 혐의로도 기소돼 올해 6월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의 배심원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현직 미국 대통령 자녀가 중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헌터가 처음이었다. 이 불법 총기 소지 사건의 형량 선고는 오는 11월 13일 내려질 예정이다.
헌터는 이 사건으로만 최대 2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초범인 만큼 훨씬 적은 형량을 받거나 감옥행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 언론은 전망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아들을 사면할 것인지 묻는 말에 “여전히 아니다”라고 답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헌터의 형사 재판이 미치는 정치적 파급력은 약해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50년 정치 경력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이 재판 결과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