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부동산PF' 경공매 대상 약 10조원…정리계획안 확정
PF사업성 평가결과 ‘부실우려’ 등급 13.5조 … 74% 수준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과 증권사 펀드 등 8.3조 인수 대기
당국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 … 지방소재 사업장 우려 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권에 이어 9일 상호금융권 간담회를 통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정리를 촉구했다.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정리계획에 따라 6개월 내 정리를 조속히 완료하라고 밝혔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6일 금융회사가 제출한 부실 PF 정리계획안을 확정했다. 정리계획안에서 경·공매 대상 PF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정해졌다.
당초 PF사업성 평가결과 경·공매 대상이 되는 ‘부실우려’ 등급 규모는 13조5000억원이다. 재구조화와 자율매각 대상인 ‘유의’ 등급 규모는 7조4000억원이다. 구조조정 대상 PF 규모는 총 21조원인 셈이다.
다만 사업성 평가결과에서 나온 경·공매 대상의 약 74% 가량만 정리계획안에 포함된 이유는 일률적인 기준 적용에 다소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정리계획안에 '3개월 매각이나 상각 등 정리계획'이 확실한 경우는 경·공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이 세운 경·공매 원칙은 △3개월 이상 연체채권 대상 △1개월 주기로 6개월내 공매 완료 △합리적인 최저입찰가 설정 및 조정 등이다.
김 위원장이 “6개월 내 정리”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리계획안 확정 시점부터 6개월이면 내년 2월이 데드라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공매 추진 시점은 연체가 발생하고 기한이익 상실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6개월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6개월 이내에 10조원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은 아니고 내년 상반기까지 물량이 분산돼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정리계획안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 경·공매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리계획안을 토대로 경·공매 물량이 어느 시점에 얼마나 나올지를 상세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부실PF에 대해 경·공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저입찰가격을 높게 책정해 실제 낙찰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진행될 경·공매의 경우 감정평가액과 최근 낙찰가율(약 70% 수준)을 반영해 최저입찰가격이 정해질 예정이다. 기존 보다 최저입찰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0~100%를 넘어서고 있는 반면 경기지역 상가 낙찰가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낙찰가율 70%를 반영해도 매각이 안 될 경우 1개월 후 진행되는 경공매에서는 최저입찰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
경·공매를 통한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가격이 낮아질 수 있지만 지방 소재 사업장은 수요가 적어 매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아무리 토지 가격을 낮춰서 인수하더라도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사는 PF사업장 신규 인수자를 위해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했다. 최대 5조원 규모다. 증권사들은 3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금융회사들이 조성한 PF 사업장 인수 대기 자금만 8조3000억원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도 수도권 사업장 중심으로 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어서 지방 사업장 인수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디케이트론이 첫 대출을 취급하기로 결정한 곳은 서울 을지로 소재 오피스 증·개축 사업장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조성한 PF 정상화 펀드가 얼마나 지방 소재 PF에 자금을 넣을지가 관심이다. 신한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가 캠코 PF펀드를 통해 대전 지역 오피스텔 브리지론 채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캠코 PF펀드 자금이 투입된 곳은 모두 서울 소재 사업장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PF 사업장의 손바뀜이 활발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며 “전국적으로 분위기가 확산되면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