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두고 '동상이몽',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난항

2024-09-09 13:00:14 게재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논의 시작

정부·의료계 ‘2026년 증원’ 입장차

“고통 받는 국민 생각해 힘 모아주길”

여야가 9일 국회에서 만나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 발족을 논의한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정치권의 사전 논의 성격인데 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는 절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여당과 정부는 협의체 구성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료계의 참여를 촉구하고, 야당은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올해 의대 증원 중단을 협의체 참여의 전제로 내걸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그간의 입장차를 극복하고 대타협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응급실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여야정 협의체’ 출범과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여야 정책위의장은 전날 협의체 출범을 위한 사전 협의를 시작했다. 여야는 정책위의장과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등 주체별로 3~4명이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협의체 구성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의료계를 포함해 15명 내외의 협의체를 구성해 추석 전에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의료계에서 화답이 있으면 구체적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2026년 증원안 유예 등 변화된 입장을 내놓은 만큼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할 명분과 여건이 마련됐다는 인식이다.

대통령실도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며 의사단체들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첫 대화가 어떤 형태로든 시작돼야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 등도 의사들의 참여 속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일단 의료계가 (여야의정에) 들어와야 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시작해야 다음 논의가 가능하다”며 “밖에서 조건만 달고 안 들어오면 대화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단체의 대표성에 대해서는 ‘국회의 판단’을 전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위관계자는 “참여 단체의 대표성은 당에서 판단하고 국회에서 인정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그러나 의대증원 논의가 선행되어야 협의체 논의에 참가할 수 있다고 맞섰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정부가 2025·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2025년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대생의 휴학은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개혁패키지 추진에 따라 의사수급추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정부가 진정성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가 없고 의료파행을 초래한 2025년도 의대증원 강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의장실과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논의를 반기면서도 정부, 특히 대통령실의 진전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결국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이 핵심인데 입장차가 확연한 난맥상을 그대로 두고 ‘양보하라’면서 논의를 시작하면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보다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9일 최고위 회의에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사가 병원에 복귀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유연하고 폭넓은 논의를 벌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자존심보다는 국민 생명을 지킨다는 자세로 힘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강공책만을 고집해선 협의체 논의가 겉돌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야정 협의체가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상당한 진통을 보일 것이라는 반증이다. 환자단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의료공백 해결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서로 비난을 삼가고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사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이명환 엄경용 이재걸 김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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