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처음·트럼프는 일곱번째
내일 첫 TV토론서 90분 ‘운명의 대결’ … 상대전략 간파하며 치밀한 준비
두 후보는 10일(현지시간)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리는 ABC뉴스 주관 대선 토론에서 1시간 30분 동안 맞붙는다. 토론 진행은 ABC뉴스의 간판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가 맡았으며, 지난 6월 바이든-트럼프 토론 때처럼 청중 없이 토론이 이뤄진다.
이번 토론은 해리스에겐 첫 번째 대통령 후보 토론이지만 트럼프에겐 일곱 번째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세차례,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과 두차례 TV토론을 했고, 올 대선을 맞아 지난 6월 바이든과 다시 맞붙었다.
이번 TV 토론은 6월 TV 토론 때 바이든-트럼프 후보 간 합의된 토론 규칙 틀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토론은 각 후보의 모두발언 없이 진행자 질문에 두 후보가 2분씩 답변을 주고받는다. 한 번씩 답변을 마친 후에는 상대 후보의 답변에 반박할 수 있도록 2분이 추가로 다시 주어진다. 반박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두 후보에게 후속 설명이나 해명 또는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추가로 1분이 더 부여된다.
후보들은 서로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없으며, 질문 권한은 진행자에게만 부여된다.
6월 TV토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닐 때에는 마이크가 꺼진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후보가 한 발언을 보도할 수 있다.
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표심을 붙들기 위해 경제, 이민, 생식권, 범죄, 외교 정책 등을 두고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ABC뉴스는 해리스가 아침 쇼 진행자 리키 스마일리와의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아마도 많은 거짓말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는 그가 진실을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해리스에게 이번 토론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자신을 조롱하며 인종적·성차별적 공격을 가한 트럼프에게 맞설 기회를 제공한다”고 짚었다.
반면, 트럼프 캠프와 측근들은 해리스가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정책 실패와 ‘재앙’에 연관된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전략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트럼프 캠프 선임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백악관을 운영한 인물은 바이든이 아닌 해리스”라며 “오하이오주 동부 팔레스타인에서의 열차 탈선, 하와이 마우이 산불 같은 모든 재앙이 해리스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전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은 캠프와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주최한 전화 회의에서, 해리스가 TV토론에서 범죄와 국경 문제 같은 이슈에 대해 자신의 실적을 처음으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지금까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중점을 둔 것에서 벗어나, TV토론에서는 트럼프의 기록을 공격하고 그의 속내를 파헤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라고 ABC뉴스는 전했다. 해리스는 니키 스마일리에게 트럼프가 “미국 국민이 아닌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해리스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토론 준비를 도왔던 조언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가발을 쓰고 트럼프 역할을 맡아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필립 라인스 같은 이들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같은 해리스의 철저한 토론준비를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의 토론 자문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전 하원의원 툴시 개버드는 9일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해리스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개버드는 트럼프가 해리스처럼 준비할 필요는 없고, 대신 인터뷰와 타운 홀을 통해 미국인들과 대화하는 등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