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도 무색, 뜨거웠던 올 여름 먹거리

2024-09-10 13:00:13 게재

매운맛 열풍에 대용량 선호 현상 뚜렷

인공지능이 음식 만들고 판촉활동까지 … 고물가 탓 가성비식료품 수요 꾸준

폭염과 열대야, 두 단어 밖에 달리 떠오르지 않는 지난했던 올 여름. 시중에선 어떤 먹거리가 유행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맵고 크고 기상천외’한 그 무엇이었다. ‘차갑고 시원함’이라는 예측 가능한 결말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입맛을 떨어 뜨린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다.

역대급 폭염에 땀을 한바가지씩 흘리기 일쑤지만 스트레스를 날려 줄 ‘매운맛’만큼은 놓칠 수 없다. 맵부심(맵다+자부심)에 라면같은 경우 더 매워야 더 잘팔렸을 정도다.

풍성한 맛과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도 많았다. 이른바 ‘점보사이즈 애호가’다. 뭐가됐든 일단 크고 봐야 한다는 대용량족들이 득세했다.

식음료업계에선 전에 없던 일들도 벌어졌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이 먹는 음식까지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인공지능 조리사다. 음식을 만들었으니 판매하는 것도 인공지능 몫이었다. 판촉(마케팅)활동에도 인공지능 사원을 채용한 셈이다.

고물가 탓에 가성비식품 인기는 여전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한 올 여름 ‘S.T.A.R’ 제품이 식음료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것으로 나타났다.

‘S.T.A.R’이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매운맛(Spicy)부터 대용량(Tremendous), 인공지능(AI) 활용제품, 가성비(Reasonable)를 향한 수요 증가까지 4가지 영어 단어 첫글자를 떼어 만든 조어다.

우선 올여름 매운맛 열풍은 폭염만큼이나 뜨거웠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매운 음식을 잘 먹을 수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맵부심’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매운맛 인기가 높았다”면서 “그 열기가 세대를 막론하고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식음요업계도 재료와 소스를 활용해 강렬한 맛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는 많다. 매운맛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경우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리며 지난 2분기 매출액만 3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불닭볶음면과 불닭소스. 사진 삼양식품 제공

해외 사회적관계망(SNS)에선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도전)가 유행을 일으키며 K매운맛 열풍을 이끌고 있다.

또 지난 7월 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 신제품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에 매운맛의 상징인 고추를 활용했다. 감칠맛에 매콤함을 살려 매운맛 열풍에 올라탔다. 쉐이크쉑 역시 불닭갈비 소스를 재해석한 ‘불닭갈비 쉑’을 통해 알싸한 매운맛의 버거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양음식 버거까지 K매운맛이 스며든 셈이다.

식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대비 대폭 늘어난 용량으로 SNS 인증샷 열풍을 이끌었던 점보 사이즈 제품의 ‘펀슈머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8월 동영상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와 협업해 선보인 버거킹 ‘두툼버거’가 대표적인 경우다.

버거킹 두툼버거 사진 버거킹 제공

두툼버거는 푸짐함이 특징인 ‘맥시멈’ 제품을 극대화한 특대사이즈 제품이다. 버거킹 대표버거인 불맛 가득한 비프패티와 일반 치킨버거에 사용하는 패티보다 훨씬 푸짐한 100% 통닭다리살 치킨패티를 사용했다. 이름처럼 두툼한 용량이 포만감을 높인다는 게 버거킹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14만개 이상 팔렸을 정도로 폭염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맘스터치가 8월 출시한 ‘빅싸이순살’ 치킨 역시 대용량 버거 중 하나다. 맴스터치 측은 “다년간 연구를 거쳐 최상의 크기를 찾아 기존 순살치킨 대비 크기와 맛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역시 대용량 음료 수요증가에 맞춰 일반 컵 크기의 1.5배인 트렌타 사이즈를 선보였다. 커피뿐아니리 복숭아 아이스 티 등 일반 음료에도 이 크기 컵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AI(인공지능) 기술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제미나이’와 함께 만든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 사진 베스킨라빈스 제공

베스킨라빈스는 지난 7월 구글플레이 AI인 ‘제미나이’와 함께 신메뉴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를 선보였다. 구글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의 4가지 로고 색상에 어울리는 원료를 요청한 후 시각·미각적으로 여름 맛을 도출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리아는 매장 인력 효율화를 위해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 그릴’을 도입했다. 무인단말기(키오스크)에는 저시각 장애인을 위해 AI 음성 기술을 적용했고 모든 문자를 음성으로 안내한다. 빙그레는 광복절을 맞아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을 통해 AI 기술로 복원한 독립운동가 사진에 한복 전문가와 협업한 한복을 입혀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편 고물가와 추석 연휴로 많은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가성비 식음료제품 인기도 여전하다. 버거킹의 ‘올데이킹’은 특정시간이나 요일에 국한하지 않고 하루 종일 베스트셀러 메뉴를 최대 6500원에 판매한다. 지갑이 가벼운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인기다. 버거킹 ‘몬스터 주니어’ 의 경우 ‘올데이킹’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햄버거 패티와 사이즈를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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