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경제·낙태·이민 ‘충돌’
대선판 핵심 이슈 놓고 큰 정책 차이 … 외교정책도 근본적 시각차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오후 6시 ABC방송 주관으로 첫 TV토론에 들어갔다. 두 후보간 90분간의 날선 공방전 속에 선거 판세를 뒤흔들 결정적 순간이 등장할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경제, 이민, 낙태, 기후, 범죄와 총기, 외교 정책 등에 대한 두 사람의 정책과 입장을 정리해 소개했다.
◆경제 = 해리스는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강화 입장이다. 연소득 40만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급여세 재도입, 메디케어 수혜자들을 위한 약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또 대기업·고소득자 세금 인상, 자본이득세의 소폭 인상, 소기업 세금 감면, 자녀 세액 공제 확대를 지지한다.
그는 바이든정부의 학자금 부채 탕감 정책을 지지하며, 국방비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지지하지만,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우선하는 투자 펀드 사용에 대한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 최고 부유층 세율과 최고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같은 필수적 복지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학자금 부채 탕감을 반대했지만, 소득 기반 상환 계획을 통합하는 방안은 지지했다. 2018년 재임 시 트럼프는 전년대비 15.5% 증가한 7000억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국방 예산에 서명했다.
◆이민 = 해리스는 2024년 의회 통과가 무산된 강경한 국경 타협법을 부활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망명 절차의 허점을 보완하고, 대통령에게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더 큰 권한을 부여하며, 이민자의 가석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스는 자격을 갖춘 이민자에게 시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는 것을 지지하며, 과거 가족분리정책을 인권침해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수용해야 할 망명 신청자의 수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반면, 트럼프는 대규모 이민자 수용소에 불법 체류 이민자들을 구금하고, 대량 추방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국경에서 가족 분리 정책을 다시 도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난민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고, 다수의 이슬람 국가 출신의 여행을 금지할 계획이다.
또한, 망명 신청자의 입국을 거부하는 ‘타이틀42’ 국경 정책을 전염병, 예를 들어 결핵을 이유로 다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 = 해리스는 낙태에 대한 합법적인 접근을 지지하고 있으며, 낙태 제한 시도를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는 의회가 낙태권을 법으로 제정하는 전국적 법안을 통과시키길 원하며, 태아의 생존 가능 시점인 약 22주까지 낙태를 보호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생식권에 대해 주요 목소리를 내왔으며, 상원의원 시절인 2017년엔 주 정부가 낙태에 대한 제한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을 역대 가장 “프로라이프 대통령”이라고 자칭했지만, 그의 입장은 여러 해에 걸쳐 크게 변해왔다. 전반적으로 그는 낙태 정책을 주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지만, 약물 낙태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는 강간, 근친상간, 또는 임신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 해리스는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며, 미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존재적 위협이라는 데 동의한다. 부통령으로서 그는 2020년대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 대폭 감축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가결하는 데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다.
해리스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와 폭염을 해결하기 위해 주 정부에 1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녀는 정부 조치와 시장의 힘을 결합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것을 주장해왔으며, 전기차의 지지자로도 알려져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원인 중 하나일 뿐이며, 기후 변화가 극심한 날씨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보다는 시장 기반의 해결책을 선호하며, 청정 에너지 세금 공제를 지지하지 않는다. 또한, 전기차 보조금 같은 바이든정부의 프로그램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범죄와 총기 = 해리스는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초당적 사법개혁 방안인 ‘퍼스트 스텝 법안’에 찬성 투표를 했고, 더 많은 형사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녀는 연방 차원에서 마리화나 비범죄화를 지지하고 있으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레드 플래그 법’과 학교에서의 총기 은닉 휴대를 막는 규제, 배경 조사를 지지한다. 또한, 총기 제조업체가 법정에서 소송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지한다.
트럼프도 퍼스트 스텝 법안을 지지하지만,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그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대통령 재임 중 종신형을 선고받은 마약 밀매업자를 사면한 적도 있으나 2023년 6월엔 모든 마약 밀매업자에게 사형을 적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의 총기 접근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며, 배경 조사나 학교에서 총기 은닉 휴대를 막는 규제에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총기 제조업체가 법적 소송을 당하는 것을 반대한다.
◆외교정책 = 해리스는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이전에 중국을 주요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해리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중국에 맞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의무를 존중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의 구체적인 이스라엘 정책은 명확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지적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 러시아 같은 지정학적 적국이 아닌 미국 정치인들이 국가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바이든 가족에 대한 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 전에 우크라 전쟁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제로”라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입장은 불분명하다. 그는 바이든이 이스라엘에 대한 특정 공격용 무기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비판했지만, 이에 대한 자신의 정책은 직접 밝히지 않았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