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잘 보는 모의고사 활용법
모의평가 난도 널뛰기에 사설 모의고사 열풍
6월과 9월 모의평가 ‘불’과 ‘물’ 오가 … 난도만 높은 문제, 역효과 부를 수도
9월 모의평가, 6월과 다른 난도에 적잖은 수험생이 또 한 번 ‘멘붕’을 겪었다. 들쭉날쭉한 난도에 당장 수시 원서 마무리를 앞두고 불안감이 커졌다. 모의고사는 결국 수능을 위한 연습이다. 단순히 몇점을 받았는지 점수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수능 당일에 어떤 난도에도 흔들림 없는 실력을 쌓고 가장 효율적인 시간 운용을 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 예측할 수 없는 수능 난도에 대한 불암감에 수험생의 모의고사 의존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인강 시장의 성장으로 손쉽게 양질의 강의와 교재, 모의고사를 구할 수 있게 된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과유불급에 있다. 제대로 소화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속칭 ‘맛있는’ 모의고사 쇼핑에 열을 올리는 수험생도 많다. 고난도 문항풀이 실력을 높이겠다며 수능과 결이 다른 킬러 문항으로 도배된 사설 모의고사를 풀다 시간을 버리기도 한다. 모의고사는 푸는 것만큼이나 이후 작업이 중요하다. 어디까지나 수능을 위한 연습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모의고사 활용법을 담아봤다.
고교생이 치르는 모의고사는 각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9월 모의평가가 있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2002년부터 시작됐으며 매년 3월과 4월, 7월, 10월에 시행해왔다. 6월과 9월 평가원 주관 모의고사까지 하면 5월과 8월을 빼면 수능까지 매달 시험을 본다.
학교에서 치르는 모의고사 외에 EBS를 비롯한 출판사가 제작하거나 재수종합반을 운영하는 대형 학원이 만든 사설 모의고사도 있다. 과거 일부 학교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실시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현재는 전면 금지됐으며 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목별 모의고사가 다양하게 판매된다. 전 과목 모의고사는 아니지만 재수종합학원에서는 모의고사를 학원 교재로 판매한다. 강사 개인 모의고사도 학원뿐 아니라 인강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모의고사는 말 그대로 모의고사일 뿐 = 전국연합학력평가와 6월·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과 과탐Ⅱ 과목을 제외하면 대다수 모의고사에는 수능전 범위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공부했고 어떤 영역이 부족하거나 우수한지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전국의 수험생이 응시하기에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치른 9월 모의평가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 결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수시 원서를 작성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9월 모평이 너무나 평이한 난도로 출제되면서 그 역할을 상실했다는 평이 대다수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모의고사는 공부 방향을 설계하고 자신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것 이상 의미 부여는 하지 않는 게 좋다”며 “고2~3의 모의고사와 학교 내신, 수능 성적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을 때 수능 성적과 상관도가 높은 시험은 모의고사가 아닌 고2 때 내신이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모의고사를 자주 풀면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된다. 국어부터 탐구까지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르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다. 모의고사를 통해 연습하면 시험 긴장도를 낮추고 자신만의 문제별 시간 배분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등 여러 변수에 대한 대비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수능에서 갑자기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진 않는다고 말한다. 거꾸로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쳐 신유형이 등장했다면 수능에서도 출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한 문항분석이 필요하다.
남치열 경기 저현고 교사는 “최근 최고난도 문항이 예전처럼 어렵진 않아 시간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며 “최상위권 학생은 주어진 시간 내에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푸느냐의 싸움이라 모의고사를 통해 꾸준히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의고사는 취약 단원이나 약한 유형을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며 “틀린 문제는 다시 틀릴 확률이 높으므로 모의고사를 푼 이후 반드시 오답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려운 수능, 모의고사 의존 높여 = 예년에는 9월 모의고사 이후 수능 실전 대비용으로 사설 모의고사를 활용했다. 최근 그 시기가 빨라진 분위기다. 장 교사는 “모의평가와 수능 난도가 들쭉날쭉하면서 당해 수능의 난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모의고사를 찾는 수험생이 많아진 것 같다”며 “판매되는 모의고사가 수능 출제 경향을 따르고 있는지, 난도 수준이 적절한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강현식 서울 동북고 교사는 “탐구 과목은 사실 매년 큰 변화가 없어 출제되는 단원이나 개념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며 “기출문제나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고득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최근 학원에서 수업 교재 구입 시 모의고사를 선택이 아닌 필수 교재로 끼워 판매하는 것도 모의고사 열풍 이유 중 하나다. 사설 모의고사의 필요성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출제 기관에 따라 문제 난도가 들쭉날쭉할 뿐만 아니라 유형에도 차이가 크다. 특히 2025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사설 모의고사의 난도가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평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으로 재도전에 나선 상위권 수험생이 많아졌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이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수학과 과탐의 난도 상승을 예측하는 견해가 대다수다.
강 교사는 “보통 수능 물리는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풀이 시간이 3~4분을 넘지 않게 출제하지만 사설 모의고사는 1문제를 푸는 데 10분 이상 걸리는 필요 이상의 초고난도 문제나 고난도 문제를 다수 구성해 30분 내에 도저히 풀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런 모의고사를 계속 푸는 것은 오히려 수능 적응력이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꼬집는다. 박소현 경기 저동고 교사는 “난도가 높은 문제가 무조건 수능 대비에 유리한 것은 아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능 잡을 과목별 모의고사 활용법 = '국어'에 대해 김동욱 메가스터디 강사는 “실전 감각도 좋지만 정확한 독해가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수능 국어에서 시간 관리 이상으로 정확한 독해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질문에서 요구하는 답을 찾아내는 연습도 중요하다. 모의고사를 풀면서 시간 관리를 연습하고 EBS연계 작품이 어떻게 문제로 구성되는지 파악하면서 다양한 영역의 지문을 접하며 국어 점수를 끌어올릴 순 있지만 반대로 시간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차분하게 지문을 해석하고 독해하는 자세가 밑바탕이 된 상태에서 모의고사를 풀어야 효과적이다. 문제 푸는 순서를 고민하고 시간이 부족할 경우 어떤 유형의 문제를 넘길 것인가에 대한 연습도 모의고사에서 해야 한다. 다만 안정적으로 2등급 이상을 받는 학생이 아니라면 독해력이 부족한 상태다. 맹목적으로 모의고사를 풀기보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와 지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읽어내는 연습을 하길 추천한다.
'탐구'에 대해 박소현 경기 저동고 교사, 강현식 서울 동북고 교사, 허 균 서울 영동고 교사 등은 “시간 관리와 기출 문제 분석이 관건”이라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탐구는 EBS ‘수능완성’의 실전 모의고사와 수능·모의평가 기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30분간 20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평이한 난도의 문항은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야 한다. 이는 모의고사를 통해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과거엔 과학탐구에서 1 ~2문제를 빼고 풀어야 할 만큼 고난도 문제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중간 난도 문항이 까다로워졌다. 앞 문항에서 예상치 못하게 막히거나 시간을 많이 쓰면 시험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변수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또 모의고사를 보며 취약 단원을 파악했다면 해당 단원 문제를 다양하게 풀면서 오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
'수학'에 대해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 남치열 경기 저현고 교사 등은 “수학은 실전처럼 많이 풀면 좋다”며 조언했다.
과거 초고난도 문항이 집중됐던 수능 22번, 30번이 최근엔 다소 쉽게 출제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 푸는 순서와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간혹 한 문제를 20~30분 붙들고 있다가 다른 문제로 넘어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의고사 실전 연습을 통해 한 문제에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할지, 막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체득할 수 있다. 모의고사 해설지에 소개된 문제별 활용 단원·개념도 꼭 점검해야 한다. 문제를 풀기 전에 30초~1분 정도 문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연습을 해두면 불필요한 시도를 줄여줘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된다. EBS연계 교재인 ‘수능완성’에도 실전 모의고사가 수록돼 있다. 최근 고난도 문제가 ‘수능완성’ 실전 모의고사와 종종 연계되니 반드시 풀어보길 권한다. 또한 3개년 모의평가 및 수능 기출문제를 모은 모의고사부터 제대로 풀어본 후 사설 모의고사로 넘어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3등급 이하는 2~3점, 쉬운 4점에서 조금만 더 맞혀도 70점은 받을 수 있으니 중하난도 문항을 확실히 풀 수 있도록 연습하길 추천한다.
'영어'에 대해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모의고사 듣기 평가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수시와 정시에서 영어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에 있어 영향력이 크다. 최근 수능 영어는 지문은 예년보다 짧아졌지만 선지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1~3등급 수험생은 지문을 해석하지 못해 문제를 못 푸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출제 경향이 달라졌고 영어는 기출의 의미가 크지 않다. 따라서 기출문제 풀이를 권하진 않는다. 최근 경향에 맞게 출제된 모의고사 중심으로 영어 감각을 끌어올리길 추천한다.
그동안 주제 찾기, 빈칸, 순서와 삽입 등 유형별로 영어 공부를 해왔다면 지금은 실전 편으로 듣기평가까지 포함된 모의고사를 주기적으로 푸는 게 좋다. 이때 틀린 문항은 정답 선지의 힌트가 지문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나는 왜 다른 답을 골랐는지 분석해야 한다. 선지의 근거를 지문에서 찾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요즘처럼 시험 난도가 들쭉날쭉해도 견고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영어에서는 듣기평가를 하면서 어떤 문제를 어디까지 풀 것인지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듣기평가를 하면서 다른 문제를 푸는 게 낯설어 오히려 듣기평가의 정답률을 떨어뜨린다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거나 그 과정에 익숙해지도록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