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차이나프리카(Chinafrica)’는 계속될까

2024-09-12 13:00:05 게재

9월 4일부터 6일까지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아프리카 55개국 중 43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했다. 남아공 나이지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세네갈 등 UN총회가 아니고서야 아프리카의 주요 수뇌부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드문 일일 것이다.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인데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 현상을 ‘차이나프리카(Chinafrica)’라고 불러왔다.

차이나프리카는 프랑사프리카(Francafrica)를 본뜬 말이다.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현상을 일컫던 말이지만 오늘날 프랑스는 중국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유럽은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했고 지배가 끝난 후에도 영향력을 계속 행사했지만 경제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프리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가 됐다. 식민지배국이 제멋대로 그어 놓은 국경 때문에 내전이 그치지 않고 심각한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땅 말이다.

중국은 2000년 “밖으로 나아가자(走出去)”는 구호와 함께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당시 중국기업의 진출대상 중 하나가 놀랍게도 아프리카였다. 중국의 건설회사들은 국내에서의 풍부한 시공경험과 국유은행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아프리카에서 대규모로 인프라 건설을 수주했다. 건설 대금을 지불하기 어려운 나라들은 석유와 같은 광물자원으로 대신 지불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건설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의 건설현장에서는 죄수들을 데려다가 강제노동을 시킨다는 소문이 나돌곤 했다. 야간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돌관작업이라는 개념이 아프리카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외부 변화로 속도 늦춰질 듯

이러한 중국의 속도와 존재감에 대해 아프리카의 여론은 엇갈린다. 중국이 자원을 갈취하고 지나친 부채를 발생시키며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환경오염이나 주민갈등을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주민들의 소득을 증진시켰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24년째 계속되고 있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이 이를 입증한다. 중국이 무시할만한 나라이거나 나쁘기만한 나라였다면 수십개국 정상이 베이징에 모여들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야당들이 중국을 비난하다가도 정권을 잡고 여당이 되면 또 중국과 협력한다.

중국의 행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서방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글로벌스탠다드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들이 규정하는 개발원조 행위는 상대방 국가의 재정상태를 엄격히 따진다. 또한 그 나라가 민주주의와 투명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따진다. 이러한 필터를 거치다보면 서방 자본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나라는 크게 줄어든다. 가난한데 가난해서 투자를 못받고, 민주주의를 할 수준이 아닌데 민주주의를 안해서 투자를 못받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내정불간섭을 표방하며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들을 가리지 않고 경제개발의 소용돌이 속으로 초청해왔다. 탐욕과 소외, 성취와 절망이 뒤섞인 그 소용돌이 속으로 말이다.

그래서 차이나프리카는 계속될까? 최근 벌어지는 두가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중국의 변화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일대일로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도국에서 극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그에 못지 않은 강력한 반발을 경험했다. 이제 국제여론이란 것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스스로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재정이 불안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해외투자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중국도 투명성과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유럽의 변화다. 20년된 차이나프리카와 10년된 일대일로를 지켜봐온 유럽은 이대로 있으면 안된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2021년 유럽은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출범시켰다. 중국처럼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표방한 계획이다.

차이나프리카 현상 점차 약해질 것

이러한 변화를 종합하면 차이나프리카 현상은 장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조심스러워졌고 유럽은 적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속도다. 유럽의 아프리카 접근이 과연 중국처럼 전격적이고 빠를 것인가?

독일의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는 글로벌 게이트웨이의 아프리카 사업에 대해 기대만큼 성과가 크지 않고, 여전히 “실용성과 도덕성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도 5억명 이상이 전기 없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에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다.

최필수 세종대 부교수 국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