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왕고래의 꿈

2024-09-12 13:00:01 게재

1960년대 이후 우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어냈고 그로 인해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는 우리의 창의성과 근면함, 그리고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산업화에 성공한 지금도 우리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소위 ‘날로 먹는’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동의 산유국들은 석유 하나만으로도 국민 대다수가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카타르는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산업 없이도 오직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만으로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5000달러를 넘어 우리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래 심해광물 확보 위한 역량 갖춰야

우리가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 ‘고생 끝 행복 시작’의 새로운 내일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에서 얻는 수입은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돼 탄력적인 경제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혜택이 25만원이 아니라 2500만원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노르웨이는 1970년대 초반 북해 유전의 발견을 통해 국민소득을 두배 이상 증가시켰다. 또한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기존 산업의 활성화와 신산업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석유 및 가스 관련 정유, 석유화학 산업은 물론 로봇 해저수송 인공지능 정보기술(IT)산업 등에서도 기술적 자극을 받아 발전할 것이다.

심해 광물자원 개발의 기술적 사업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심해에 매장된 전략광물의 가치는 수만조달러에 달하며, 미래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심해 개발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또한 심해에 대한 과학적 이해 향상은 앞으로 해양 주권 보호와 국제적 협력 사업에서 전략적 우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사회적 편익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경제다각화 교육 국제협력을 아우르는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우주탐사나 심해 석유 개발 같은 야심찬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과 그에 수반하는 부수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장기적인 국가 성장을 견인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 기여할 것이다.

동해가스전 탐사 새로운 경제 지평 열기를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지 반세기가 넘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러 달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단순히 당장 이익을 위해 추진됐을까? 달 탐사에서 얻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현재 인류의 경제와 삶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달 탐사나 심해저 석유 개발은 외견상으로는 다르지만 새로운 개척지, 기술 혁신, 전략적 및 경제적 잠재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야심차고 상당한 위험을 동반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 지식 국가적 영향력 측면에서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성공 여부는 우리 노력에 달려 있다.

한국인의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오는 12월로 예정된 동해 심해 가스전 첫 탐사 시추에 사용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서 대왕고래의 꿈을 꾸며 새로운 경제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