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장에 넘어간 ‘명품백’ 처분

2024-09-12 13:00:04 게재

24일 ‘최재영 수심위’ 이후 김 여사 처리 결정

13일 퇴임 이원석 총장 임기내 종결 약속 못지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할 수사심의위원회가 추석 연휴 뒤인 24일께 열릴 전망이다. 검찰은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 결론을 지켜본 뒤 관련사건 처리시기를 결정하기로 해 김 여사에 대한 최종 처분은 차기 총장의 몫이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오는 24일 현안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하고 무작위로 선정한 수심위원들의 참석을 타진하고 있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서 미리 선정된 150~300명 중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해당 사건에 대한 현안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다. 수심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데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심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

최 목사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신청한 수심위 소집요구가 자격 문제로 불발되자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가 열리게 됐다.

이번 수심위에서는 최 목사에게 제기된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 방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한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수심위는 지난 6일 김 여사 사건을 심의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증거인멸 등 김 여사 관련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15일 이전 김 여사 사건을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 목사 수심위가 별도로 열리게 되면서 이같은 전망은 틀어졌다.

검찰은 내부 검토를 거쳐 최 목사 수심위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공지를 통해 “최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추후 관련 사건에 대한 처리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총장이 임기 내 처리를 강조해왔고 수심위에서도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권고한 만큼 이번 주 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에 제출했으나 이 총장은 참모들의 의견을 종합해 김 여사와 최 목사 사건을 함께 처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다.

사실상 동일한 사건에서 금품 공여자에 해당하는 최 목사에 대한 처분을 남겨둔 채 금품 수수자인 김 여사만 먼저 무혐의 종결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해 ‘황제조사’ ‘출장조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에서 기존과 다른 결론이 나올 경우 검찰의 입장은 더 난처해질 수도 있다.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최 목사 수심위 이후에 하기로 하면서 최종 결론은 빨라야 이달 말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임기 내 김 여사 사건 처분을 강조해온 이 총장으로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임기 내 처리라는 약속도 중요하지만 검찰 수사가 원칙을 지키고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두 사건을 함께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퇴임식은 오는 13일 대검에서 열린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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