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채권 보유 비중 역대 최대
8월 주식 2.5조 순매도, 채권은 8조 순투자
유럽 지역에서 대규모 순투자 … 금리 영향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국내 주식 시장에서 10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반면, 국내 채권은 대규모로 사들였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 비중이 10.1%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지역에서 8조원 규모의 순투자가 이뤄진 영향이다. 그동안 외국인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7월 10.0%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하락해 9%대에 머물러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2024년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규모는 259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상장 잔액의 10.1%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9.7~9.8%대에 머물러 있던 비중이 올라간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기초체력(펀더멘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20조1260억원 매수했으며 10조3000억원을 매도했다. 순매수 규모는 9조8260억원이다. 만기상환 1조82000억원을 고려하면 8조60억원을 순투자했다.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각각 8조원, 1000억원을 순투자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가 급증한 것은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ECB는 12일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3.65%로 0.60%p, 예금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0.25%p 내렸다. 금리 인하를 앞두고 유럽지역 자금이 국내 채권 투자에 몰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같은 신용등급 국가 중에서 한국이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 유인이 커졌다”고 말했다.
차익거래유인(내외금리차-스왑레이트)이 확대되면서 단기 투자에 따른 수익을 노린 투자가 많아졌다. 지난달 진존만기 1년 미만에 3조3000억원의 순투자가 이뤄졌다. 전달 4조8000억원을 순회수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잔존만기 1~5년 미만 채권에는 3조9000억원의 순투자가 이뤄졌지만 5년 이상 채권 순투자는 7000억원에 그쳤다.
외국인은 8월말 기준 현재 잔존만기 1년 미만 채권 44조9000억원(17.3%), 1~5년 미만 채권 98.9조원(38.1%), 5년 이상 채권 115조6000억원(44.6%)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별로보면 아시아 국가들이 119조1000억원(45.9%), 유럽 국가들이 81조4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지난 6월 아시아 국가들이 120조4000억원, 유럽 국가들이 72조8000억원을 보유했지만 7월과 8월에 아시아 비중은 줄고 유럽 비중은 증가했다.
향후 금리 인하 추세가 이어지면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 규모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다만 9월은 만기상환 물량이 몰려있어서 지난달과 같은 순투자 규모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에서는 8월 블랙 먼데이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조5090억원을 순매도 했으며 9월에도 3조원 가까이 순매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유럽지역에서 1조9000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 흐름을 주도했다. 특히 영국이 2조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미국이 322조4000억원(외국인 전체의 40.2%)으로 가장 많고 유럽 248조4000억원(31.0%), 아시아 115조5000억원(14.4%), 중동 14조2000억원(1.8%) 순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