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내려도 미국기업 이자 더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금리-이자 상관도 깨져”
2022년 초부터 2023년 중반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빠르게 금리(0~0.25%→5.25~5%)를 올렸다. 연준이 오는 17~18일 금리를 내릴 것은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완화정책이 미국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예상과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최근 금리사이클에서 연준 통화정책이 기업에 미치는 효과의 시차가 과거보다 훨씬 길었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만 기업의 금리조건은 오히려 긴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전 통화긴축 시기에는 기준금리와 기업의 이자지급 간 관계가 밀접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비용도 함께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인상 주기였던 2016~2019년, 미국 기업들의 순이자 비용은 9% 증가했다.
2021~2023년의 상황은 달랐다. 기준금리가 급등했지만 기업의 순이자 지급액은 약 35% 감소했다. 이전 사이클의 상관관계가 유지됐다면 50% 상승했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3가지로 짚었다. 첫째 미국 기업들이 통화긴축 사이클에 진입할 때 비정상적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10년 동안 기업들의 보유현금이 증가했다. 이후 팬데믹이 확산돼 투자계획이 보류되면서 현금은 급격히 증가했다. 기업의 대차대조표상 보유현금은 2010~2019년 연평균 1조1000억달러였지만 2021년엔 2조7000억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현금 보유에 따른 수익률도 높아졌다.
두번째는 은행과 관련돼 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동안에도 많은 은행들은 기업들에게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대출 스프레드(기준금리에 추가되는 금리)는 2022년 초에서 2023년 중반 사이 1.5%p 이상 하락했다.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은 “일반적으로 긴축사이클 동안 스프레드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례적인 상황임을 지적했다.
마지막은 기업들의 판단 적중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연준의 긴축사이클이 시작되기 전인 2020~2021년 저금리 장기 차입에 나섰다. 이 덕분에 기업들은 이후의 긴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연준이 금리를 처음 인상한 이후 미국 S&P500이 24% 상승했다는 점은 이같은 보호장치 덕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정금리 약정이 속속 만료된다. 고정금리 계약은 일반적으로 3~5년 동안 지속된다. 미국 GDP의 9%에 해당하는 2조5000억달러 이상의 고정금리 기업 대출이 2027년 말 만료된다. 2025년에는 7000억달러, 2026년에는 1조달러 이상의 대출이 만기를 맞는다. 차환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업종은 팬데믹 직후 저렴한 고정금리 대출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제조업체들이다.
2025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형적인 미국 비금융 기업들(BBB등급)의 평균 대출이자율은 3.8%에 불과하다. 현재 추세로 보면 차환시 6%에 가까운 금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이자수익은 감소하고 이자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고통이 상당할 수 있다”며 “연준도 금리인하 효과의 지연에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