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기반 확고” …외부로 눈 돌리는 이재명
기업단체·보수 인사 잇단 면담 … ‘준비된 차기’ 강조
문재인 만나 “준비 안 된 대통령 집권해 혼란” 공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밖’ 행보를 늘리고 있다. 대한상의·중견기업 협회 등 기업단체는 물론 정치적 반대편에서 활동했던 중도·보수인사들에게 조언을 들었다.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면서 내부 지지기반을 확인한 후 외연확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이마에 부상을 당한 후 ‘응급실 뺑뺑이’를 경험했다고 알린 바 있다. 언론에 공개한 대화에서도 이 대표는 “걱정될 일이 많다”고 하자,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상황을 보면 걱정될 일이 많은데 억지로 해결할 수는 없고 시간이 흘러가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2시간 정도 비공개 대화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11일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과도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전 의원은 중앙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표의 스승이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의 멘토 역할을 했다. 이 대표가 만난 김 전 위원장이나 이 전 의원은 현 국민의힘 전신의 보수정당에서 활동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권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고, 11일에는 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단체 인사들을 만나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민생경제 간담회’로 이름붙인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회의 일부를 공개할 것을 지시하며 “진짜 필요한 것을 말해달라. 합리적인 것은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와 면담에서는 “하청 업체 등 중소기업의 제일 큰 고민거리인 것 같다”며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담합 배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외연확장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 이 대표측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대표측 관계자는 “재계·종교계·시민사회 등 각 분야 인사들과 만나 정치현안 뿐 아니라 조만간 우리사회가 직면할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도를 의식한 외연확장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진보 보수를 떠나 민생회복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정책멘토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중도층 공략 방안을 주문했다’는 보도에 대해 “국민 정당을 지향한다면 당연히 거기(중도층)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의 확고한 지지기반을 구축한 것을 기반으로 ‘준비된 차기’라는 차별화 전략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원과 지지층이 ‘차기 가장 강력한 주자로 현 정권을 확실하게 견제하라’며 당 대표에 재선출한 것 아니냐”면서 “당연히 준비된 차기주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지지층 주문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일 공개한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3~5일. 1001명. CATI.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대표는 26%로 한동훈(14%) 조 국(5%) 이준석(3%) 오세훈(2%)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59%)과 진보층(45%)의 선택 비중도 높았다.
든든한 내부 지지기반을 축으로 외부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이재명 대표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중진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내각 구성 등 국정운영과 개헌문제 등과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논의를 진행했었다”면서 “민주당 재집권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이 대표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외연 확장’을 주문했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준비 안 된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 불안과 걱정을 키우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안 세력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민생과 정책뿐 아니라 안보·국방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