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산업부 M국장과 J국장의 퇴임 유감

2024-09-19 13:00:03 게재

25년 이상 공직생활을 해온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M국장과 J국장이 최근 공무원직을 내려놓았다. 월성원전 1호기 불법폐쇄 의혹 수사와 관련 감사방해 재판을 받아온 이들이다. 3년 8개월 끌어온 재판에서 우여곡절 끝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결과(?)다. 이를 두고 정부부처 안팎에선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다 헌신짝이 되고 말았다”며 씁쓸해하는 이들이 많다.

M국장과 J국장은 모두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공직자였다. 현직에 남기로 한 K팀장도 매한가지다. 동료들은 이들에 대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부드러운 인성 △이슈 파이터(fighter) △믿고 맡기고 따를 만한 선·후배 △성실로 대변되는 천상 공무원 등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해 예민하게 캐치(catch)하고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과제와 솔루션을 찾는 데 매우 능력이 있었다”며 “현안이 생기면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부정적인 상사를 설득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런 이들이 공직을 떠났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 정치권 외풍에 희생양이 되어서다. 과거 명예퇴직한 한 고위공무원이 “대과없이 공직을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엔 ‘업무를 소극적으로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그 말이 어렵고, 무거운 표현이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검찰은 2020년과 2022년 산업부를 압수수색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서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청와대(대통령실) 방침을 공무원들이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또 정권의 핵심 사안이다 보니 부처의 유능한 간부·직원들이 해당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국 지시한 사람은 빠지고 실행한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이래서야 공무원들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겠는가.

정부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대립되는 이슈에 직면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에너지문제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방안은 언제나 논쟁거리다. 생각 차이를 넘어 이해관계 충돌로 확전되기도 한다. 균형과 공정, 일관성 있는 정부와 공직자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정책은 정치권이 변해도 꾸준히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J국장은 퇴임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명예와 보람이 컸다”고 회고한 후 “오랫동안 몸담았던 터전을 떠나는 게 걱정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작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생 시즌2를 응원한다. 더 이상 공직에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재호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