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커진 저축은행 여·수신 잔액도 감소…전 세계적 ‘지역은행 위기’
은행과 상호금융조합 사이에 끼여 ‘먹거리 부족’
부동산PF 부실↑, 미국도 과도한 부동산대출 위험
저축은행이 올해 상반기 38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여·수신 잔액이 감소하고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증가하고 있어서 갈수록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대형 은행을 제외한 지역 은행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주요국들의 추세와도 다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은행과 상호금융조합 사이에 끼여서 사실상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저축은행의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월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00조8861억원으로 전월(101조9185억원) 대비 1조324억원(1.02%) 감소했다. 지난해 9월 117조8504억원에서 꾸준히 줄고 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98조66억원으로 전월(99조9515억원) 대비 1조9449억원(1.95%) 감소했다.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 이후 17개월 연속해서 줄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달 6일 저축은행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본연의 역할수행을 위한 혁신노력보다는 부동산 경기에 기대어 손쉬운 선택을 한 결과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신용평가역량 등 본연의 역할수행을 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급격한 디지털 전환 등 영업환경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저축은행 업계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은 지난 2022년 은행과 수신경쟁을 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과도한 부동산PF 투자로 부실이 커졌다.
남재현 국민대학교 교수와 박기홍 KCB연구소 소장은 간담회에서 “은행과 경쟁하기 보다는 은행만으로 제대로 상품공급이 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바람직한 저축은행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달초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는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해 중소형 지역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소형 지역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중소형 지역은행의 취약한 리스크 관리와 지배구조, 그리고 대형 은행에 비해 감독당국의 느슨한 규제·감독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의 상위 5개 은행의 총자산 합계는 56조달러 규모지만 나머지 은행의 총자산도 38조달러에 달한다.
금감원은 “중소형 은행은 개별로는 작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주요국 금융시스템에서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아 건전성 여부는 대형은행 못지않게 중대한 수준”이라며 “계속되는 주요국들의 고금리 정책, 부동산 가격하락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중소형 지역은행들이 건전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중소형 지역은행들이 전체 부동산 대출의 67%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10%의 중소형 지역은행들은 부동산 대출금액이 감독기준인 자기자본의 3배를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형 은행들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 금융감독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이들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금감원은 맥킨지 발언을 인용해 “향후 10년간 중소형 지역은행들은 대형은행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환경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