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금융회사 해외부동산 투자 2조5천억 손실 우려

2024-09-19 13:00:03 게재

전년말 대비 기한이익상실 규모 9백억↑ … 투자잔액 57조, 6천억↓

증가폭 줄었지만, 만기연장 등으로 대처 … 증권사 투자액 1조 감소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 우려 규모가 2조5000억원으로 커졌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3월 기준 금융회사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4조5000억원 중 2조5000억원(7.27%)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지난해말 35조1000억원 중 2조4100억원(6.85%)에서 EOD 사유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900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비율은 0.42%p 증가했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이 원인이다. EOD 발생이 즉시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 만기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고, 자산매각시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의 투자 회수도 가능하다.

◆만기도래 시기 늦춰져 = EOD 발생 증가액은 지난해 9월말 9800억원(발생액 2조31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말 1000억원(2조4000억원), 올해 1분기 900억원(2조5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작년말과 비교해 3개월 사이에 만기도래 시기를 늦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말 기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는 10조600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18.3%를 차지했다. 2025년부터 2026년까지 16조5000억원(28.7%), 2027년부터 2028년까지 12조6000억원(22.0%), 2029년부터 2030년까지 5조2000억원(9.0%), 2031년 이후 12조7000억원(22.0%) 등이다.

하지만 올해 3월 기준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부동산 투자규모는 6조800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11.9%로 줄었다. 1분기 내에 만기가 도래한 영향도 있겠지만 2025년부터 2026년까지 만기도래 규모는 18조2000억원(32.0%)로 1조7000억원 증가했다. 2027년부터 2028년까지는 13조7000억원(24.0%)로 1조1000억원 늘었다. 2029년부터 2030년까지는 5조4000억원(9.5%)으로 1000억원 증가했으며 2031년 이후는 12조9000억원(22.6%)으로 2000억원 증가했다. 만기연장 등을 통해 EOD 발생 등 부실 우려를 늦춘 측면이 있는 것이다.

◆북미 투자 규모 1.3조 늘어 =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3월말 기준 57조원으로 작년말 대비 6000억원 줄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보험사가 31조3000억원(55.0%)으로 가장 많고 은행 12조원(21.0%), 증권 7조8000억원(13.8%), 상호금융 3조7000억원(6.4%), 여신전문금융회사 2조1000억원(3.7%), 저축은행 1000억원(0.1%) 순이다. 작년말과 비교해 다른 금융업권은 변화가 거의 없지만 은행은 4000억원 늘고, 증권은 1조원 감소했다.

투자 지역을 보면 북미가 36조1000억원(63.4%)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2000억원(17.8%), 아시아 3조9000억원(6.9%), 기타 및 복수지역 6조7000억원(11.8%) 순이다. 북미 지역 투자액은 지난해말 34조8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 증가한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각각 1조3000억원, 3000억원 감소했다. 기타 지역도 5000억원 줄었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EOD 발생 현황은 전체 투자액 57조원 중 단일 사업장인 35조1000억원에 대해서만 손실 우려 규모를 파악한 것이다. 펀드에서 투자한 복수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미국·유럽 등 해외 부동산 시장 개선 지연 등으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금액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며 “재택근무 등으로 오피스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아 EOD발생 사업장 증가 등 투자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6월말 무디스가 집계한 미국 부동산 시장 공시율은 오피스의 경우 20.1%, 산업시설 6.5%, 아파트 5.7%, 소매 10.4% 순이다. 다만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가 총자산 대비 1% 미만이며, 양호한 자본비율 등 손실흡수능력 감안시 투자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EOD 등 특이동향 사업장에 대한 처리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해 금융회사의 적정 손실인식 및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유도하고 금융회사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등 건전한 투자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점검·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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