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2세 경영 전면에 배치

2024-09-19 12:07:01 게재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 패션협회 회장으로

박이라 세정그룹 대표 유튜브 활동 본격화

강준석 블랙야크 사장 개인회사 상장 추진

영원무역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사진 영원무역그룹 제공
세정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이 창사 50주년을 맞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세정그룹 제공

패션업계 2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패션업계 2세들이 본격적인 지분 승계를 비롯해 신사업 지휘,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은 올 2월 한국패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성 부회장은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차녀다. 성 부회장은 1978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2002년에 영원무역에 입사해 2014년 전무이사,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2020년 영원무역 사장을 거쳐 2022년부터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영원무역그룹 실질적인 2세 경영자다.

성 부회장은 지난해 ‘영원한 수업:나의 아버지에게 배운 경영의 모든 것’을 출간하며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성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부친인 성 회장 YMSA(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를 보유한 비상장회사) 지분 절반을 증여받으면서 후계 구도가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영원무역그룹 지주사로, 글로벌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영위하는 영원무역과 노스페이스 사업을 하는 영원아웃도어 등 주요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세정그룹의 오너 2세인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도 그룹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의 막내딸 박이라 세정 대표는 ‘이라위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세정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중견 패션그룹이다.

박 대표는 디디에두보, 올리비아로렌, 웰메이드 등 세정그룹에서 전개하는 의류와 주얼리를 소개하거나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을 채널에 올리고 있다. 또 ‘쇼츠’를 통해 하객룩, 봄나들이룩 등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패션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튜브 영상 아이템을 직접 제안하고, 기획하는 등 채널에 애정을 쏟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영상에 출연해 제품을 소개하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오너가 브랜드에 진심으로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마케팅 효과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표는 세정 여성복 상품 디렉팅에 직접 나서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D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패션도 강화하고 있다. 올리비아로렌은 실루엣 색상 무늬 등을 3D로 사전 확인 후 샘플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향후 전 제품에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박 사장 직속 부서로 꾸린 사내 벤처 브랜드 ‘WMC’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신사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젊은 층을 공략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BYN블랙야크그룹 역시 2세 경영을 본격화한다. 최근 BYN블랙야크그룹은 경영 전략과 브랜드 사업을 분리하는 본부체제로의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강태선 회장의 장남 강준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임명했다. 1981년생인 강 사장은 2009년 입사와 함께 그룹 대표 브랜드인 블랙야크를 맡았다. 강 사장은 개인회사 격인 블랙야크아이앤씨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7월 미래에셋스팩1호와 합병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팩(기업인수목적법인)을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이다.

패션그룹형지를 총괄하고 있는 최준호 부회장도 계열사인 형지엘리트와 까스텔바작의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최준호 부회장은 최병오 회장 장남이다.

최 부회장은 6일과 9일 양일간 장내에서 형지엘리트 보통주 10만1070주와 까스텔바작은 5850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두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준호 부회장이 나서,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형지엘리트는 학생복 사업이 해외 진출로 이어지고 있고 스포츠 상품 등 신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 2세대들이 40대 나이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전면 나서고 있다”며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 경영능력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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