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관세전쟁 진짜 피해자는 누구

2024-09-20 13:00:01 게재

블룸버그 “미 정치권, 관세효과 과대포장 … 미국 기업·가계가 낼 비용은 과소평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을 이기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미국 대선에 출마했다. 당선 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는 관세와 수출규제를 쏟아냈다.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그는 올해 11월 대선에 나서면서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이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만 그런 건 아니었다. 2020년 재선에 나선 트럼프를 꺾은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중국산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태양광전지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또 대중국 수출규제로 중국의 첨단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올해 대선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대중국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든정부보다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동안 부과된 수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이미 미중 양국 무역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트럼프 당선 당시 21%에 달했던 미국의 수입품 중 중국 비중은 2023년 14%까지 하락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는 최신호에서 산하 경제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을 인용해 “세계무역기구(WTO) 예측모델에 따르면 60% 관세가 전면적으로 부과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트럼프 관세, 중국 수출 완전 중단시켜

이는 이미 부동산 침체 늪에 빠져 있는 중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수출 호조는 중국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BBW는 “중국의 한 경제학자는 자신이 사는 상하이 지역의 집값이 2021년 최고점 대비 20% 하락했다고 말했다”며 “이는 미국 주택경기 침체기의 전국 평균 하락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는 미국에도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첫 임기 동안 중국의 맞대응 패턴을 보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상응한 보복을 예상할 수 있다. 중국도 미국 수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제로수준으로 떨어져 연간 약 15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미국 농부들은 트럼프 무역전쟁의 초기단계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공화당 핵심유권자인 농민을 달래기 위해 대두와 옥수수, 기타 농작물 재배농가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해야 했다. 전체 매출의 1/5을 중국에서 올리는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기업들도 무역전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관세가 중국에 대한 세금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도 부과되는 세금으로, 장난감부터 태블릿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을 밀어올린다. 그렇다면 가격이 얼마나 오를까. BBW는 “60% 대중 관세와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에 위협하고 있는 20% 관세를 WTO 모델에 대입하면 2028년 대선 즈음 미국 물가는 정책 설정이 그대로 유지될 때와 비교해 약 4%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물론 이같은 예측모델이 모든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2018년 트럼프가 첫 대중국 관세를 도입했을 때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수입품 가격 상승분을 일부 상쇄했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 소매업체들은 고객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추가 비용을 흡수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25%에서 60%로 인상된다면 미국의 경제성장에 타격을 주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중국 안보 매파들은 중국 부상으로 인한 실존적 위협을 막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BBW는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첫 임기 이후 미국은 관세와 제재를 통해 중국을 공격했다. 이러한 조치로 기술 선도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발전속도를 둔화시켰을 수 있지만 중국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2015년 중국 시진핑정부는 미래 기술을 장악하기 위해 야심찬 계획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다. 중국정부 산업 기획자들은 저부가가치 조립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은 반도체부터 산업용 로봇 비행기 풍력터빈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더 많이 생산하고 해외에서 더 많이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소비자물가도 4% 상승

대외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이 계획은 사실 재앙이었다. 중국이 전세계 섬유와 장난감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전략기술을 장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외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중국 제조 2025’는 큰 경고음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주도한 국제적인 대중국 반대여론이 중국의 빠른 발전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목표로 삼은 산업부문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2025년 중국에서 연간 7만7000명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박사가 졸업할 전망이다. 이는 연간 4만명을 배출하는 미국의 2배 가까운 수치다. 2019년 중국은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 미국을 추월했으며 2023년에는 약 40% 앞섰다.

물론 이러한 지표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의 투자가 목표를 잘못 설정해 낭비적일 수 있다. 또 박사학위 졸업생들이 이론에는 능숙하지만 실행에는 능숙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의 특허는 판도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점진적인 혁신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역 데이터는 중국의 발전이 신기루가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예를 들어 전세계 전기차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한자릿수에서 2023년에는 약 25%로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자문기업 ‘DGA그룹’ 파트너이자 전 주중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회장인 외르크 부트케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제는 중국 라이벌 기업들의 스승이 아니라 제자가 됐다”고 말했다.

BBW는 “이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첫번째는 광범위한 글로벌 관계와 유능한 정책입안자를 보유한 경제대국은 세계 최강국의 공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방의 전면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BBW는 “트럼프 후보의 60% 관세 위협은 중국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중국경제의 진전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둘째, 산업정책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나는 정부에서 왔고, 도와주러 왔다(I'm from the government, and I’m here to help)”는 말을 영어권의 가장 끔찍한 표현이라고 한 바 있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도 이에 동의하며 정부의 경제개입을 비웃는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기획자 국영은행 국영기업 민간기업가들로 구성된 생태계는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데 있어 뚜렷한 성공을 거뒀다.

중국 발전 늦추기보다 미국 발전 꾀해야

BBW는 “물론 부적절한 행동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은 해외에서 개방적인 접근을 즐기면서 자국내에서는 보호주의 장벽을 유지하려 한다. 이는 공동의 대응이 필요한 지점”이라며 “하지만 트럼프와 해리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대통령은 중국의 발전을 늦추기보다는 미국의 발전속도를 높이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헨리 파렐도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전쟁의 무용성을 지적했다. 파렐 교수는 중국이 호주와의 정치적 분쟁에서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막기 위해 규정을 조작한 사례를 들며 “이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호주산을 막기 위해 취한 정책으로 중국은 1주당 20억달러 손실을 봤다. 반면 호주는 수익성 높은 대체시장을 찾는 데 성공했다”며 “트럼프 후보의 정책은 미국 소비자가 비용을 치르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