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일그러진 교육감의 자화상

2024-09-20 13:00:00 게재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다. 세상의 지식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촘촘한 네트워크로 엮인다. 초연결 시대의 인재는 지식정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하느냐가 경쟁력이다. 초연결 지식을 활용한 ‘초지능(meta-intelligence)’이 미래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정보와 지식이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의 역할은 중요하다. 글로벌 교육 트랜드에 민첩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늘 학교 현장을 살피는 열정으로 교육수요자의 신뢰를 얻는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이념편향은 경계해야 한다. 균형잡힌 건강한 사고로 ‘교육의 정치화’를 거부하는 뚝심 있고 젊고 싱싱한 인물이 절실하다.

우리 학부모들은 묘한 특성이 있다. 자녀가 대학에 가면 ‘교육’의 ‘교(敎)’자도 멀리한다. 하도 자녀 교육으로 고통을 겪어서 그럴 것이다. 교육감에 대한 관심 또한 적다. 기성세대라면 옛적에 공부 잘하는 전교 1등이 졸업식 날 ‘교육감상(賞)’을 받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권위주의 시절의 교육감은 학생들에겐 ‘듣보잡’이었다. 그러다가 졸업식 상장에나 등장하니 ‘도깨비’ 같은 존재였다. 반면 학교 청소상태를 점검하고 수업 참관을 하던 선글라스 낀 장학사가 더 존재감이 컸다.

그런 아린 기억이 있는 세대나 요즘 젊은 학부모의 공통점은 교육에 헌신적이라는 점이다. 1가정 1자녀도 안 두는 초저출산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골드 키즈(Gold Kids)’를 위해 아낌없이 사교육비를 쓴다. 소득과 지역에 따라 그 격차는 더 심화한다. 그러면서 아이 교육을 맡은 교육감을 ‘매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학부모의 아이러니다.

철지난 장사꾼 같은 서울 교육감 후보들

흔히 교육감을 ‘교육 소통령’이라고도 한다. 교사 인사권, 학생 교육, 학교 시설, 재정을 좌지우지한다고 해서 언론이 만든 말이다. 대통령 못지않은 교육권한을 가졌다는 뜻인데 잘못 만든 말 같다. 작금의 직선 교육감을 ‘범법자’ ‘이념 선동가’ ‘권력 탐욕자’ ‘가면 쓴 재취업자’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10월 1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만 봐도 그렇다. 서울 유·초·중·고생 83만명을 책임진 교육감인데 2006년 직선제 이후 당선된 4명 전원이 범법자가 됐다. 공정택(보수), 곽노현(진보), 문용린(보수), 조희연(진보) 전 교육감이다. 고인이 된 공정택·문용린은 노욕이 과했고, 곽노현·조희연은 몰염치했다. 대한민국 교육의 표상이 돼야 하는데 자성은커녕 일그러진 치부만 드러낸다. 이들이 날린 국민 세금이 대체 얼마인가.

이번 서울시 보궐선거도 건강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여기저기서 자리를 탐하는 철새가 날아든다. 초연결·초지식 시대에 적합한 인물은 안 보이고 탐욕의 ‘올드보이’와 ‘교육감 중증 환자’가 득실거린다. 아이들의 미래를 놓고 담론을 벌여야 하는데 해묵은 이념논쟁이 극성이다. 예비 후보자의 면면은 철 지난 물건을 파는 ‘장사꾼’ 같다는 인상이 든다.

진보와 보수의 충돌로 뒤틀린 교육감 선거는 우리 헌법의 교육 중립성을 침탈하고 국민을 고문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들이 ‘좌파교육 척결’ ‘암적 존재’ ‘우파교육 탄핵’ 운운하는 것이 그 증표다. 교육감이 되겠다는 사람이 ‘청소부’를 자처한다는 게 말이 되나. 제발 정신 차리시라. 학생들을 위한 진솔한 고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 학생의 미래를 열어주겠다는 비전을 갖고 당당하게 대결해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 부작용 심각, 개선 시급

보편적 교육(universality)과 탁월성 교육(distinctiveness)의 공존은 필수 불가결하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 나침반이 요동치다 보니 초등생 의대반까지 난리인 서울의 학생 평균 실력이 전국 최하위권이다. 이런 기현상을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나.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성을 무너뜨리고, 이념편향으로 얼룩지고, ‘돈 선거’로 비리를 양산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도마에 올려야 한다. 여야 모두 징비록을 쓰고 살이 에이도록 죽비를 내려쳐야 한다.

대안은 여러가지가 격돌한다. 한가지 제안을 해본다. 교육감 직선제를 고수한다면 차라리 초·중·고생에게도 투표권을 주면 어떨까. 전자투표로 가능하고 참여율이 뜨거울 것이다. 사표를 내야 출마가 가능한 교사에게 문호를 열어주면 어떨까. 현재는 교수만 사표 안 써도 출마할 수 있다. 초연결·초지능 시대에 ‘폐쇄적 담합’만 일삼는 ‘철 지난 인사’에게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다.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