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금개혁,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늦출 수 없는 선택
대통령의 연금개혁 의지 표명과 함께 지난 4일 정부는 ‘미래를 위한 상생의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구체적인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왜 이 시점에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았을까. 이미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중심으로 복수의 모수개혁안이 도출되어 이해관계자와 국민의 공론화 과정도 거친 시점인데 말이다.
지난 국회의 공론화 공로는 국민들에게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통분모를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패한 부분도 분명했다. 공론화는 철저히 현세대의 관점에서 이루어졌고 미래세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의아했던 점은 보험료율 12%에 소득대체율 40%를 제시한 안과 보험료율을 13%로 조금 올리면서도 소득대체율을 50%로 다시 올리자는 안이 동등한 선택지로 제시된 것이었다. 조금 더 내고 많이 더 받는 연금개혁안도 충분히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준 것, 그것이 21대 국회 논의의 명백한 실패 지점이다.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진전
이것이 정부가 다시금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21대 국회의 논의과정과 국민들의 수용성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미래세대를 충분히 고려하는 표준이 되는 개혁안을 제시할 필요성. 그렇게 나온 모수개혁안이 바로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2%과 함께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하여 ‘기금 소진 연도를 30년 연장하는’ 명확한 재정목표를 제시한 개혁안이다.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지원책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의 다층체계를 강화하는 소득보장 방안과 함께 말이다.
다행히 그간 오랜 연금개혁 논의를 통해 주요한 개혁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보여진다. 다만 이번 정부안에서 새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동안정장치가 미래 연금 급여를 낮출 것에 대한 우려다. 재정 목표를 맞추기 위한 조치였지만 국민연금 개혁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아젠다로 오른 만큼 논란도 불가피하다.
또한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속도의 차등화의 경우 참신한 안이지만 사실 이 방안을 통해 정부가 말하고 싶었을 메시지, 즉 청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의 강력한 배려와 약속은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라는 점이 오히려 더 부각되면 좋았을 것이다.
연금은 백년을 내다보고 운영되어야 하며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장기적인 재정 안정화와 소득 보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연금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이다.
이번 개혁안은 2007년 1차 연금개혁 당시 노무현 정부가 제시했던 연금개혁안과도 동일한 일관성을 보여주되 최소한의 필수 개혁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일관된 틀 속에서 기준을 제시했으니 이제 그걸 들고 구체적인 개혁안을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최소 개혁 우선 실시해야
국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이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점이다. 가입 인구가 많고 수급 인구는 적은 현세대가 보험료를 올려야만 충분한 기금이 축적될 수 있다. 2040년 이전에 기금이 충분히 축적되어야 연기금의 장기적 투자로 인한 수익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보험료 인상이라도 일찍 시행될수록 재정 안정 효과는 커질 수 있다. 만약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면 지금껏 고심하며 내놓은 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지금껏 충분히 숙성된 논의를 토대로 정부가 내놓은 일관성 있는 기준을 놓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최소 개혁을 우선 실시하자.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은 향후 추가 개혁의 과제로 남겨두면 된다. 이제 22대 국회가 때를 놓치지 않고 역사적 소임을 다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