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동킥보드, 편리함과 규제 그 사이 어딘가에서

2024-09-23 13:00:03 게재

도로 위의 무법자 전동킥보드 사고가 연일 이어지며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윤영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도로교통공단 집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동킥보드 사고로 사망자는 87명, 부상자는 8665명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는 2019년 8명에서 2023년 24명으로 3배 증가했다.

전동킥보드는 무게중심이 높아 사고 시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보행자에게도 위험하다. 실제로 인도나 횡단보도에서 불법주행 중 사고로 보행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

전동킥보드는 요새 길에서 흔하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위험한 물건이다. 전동킥보드 발명은 100년도 더 전이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한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등장이 크게 기여했다. 사용 방법이 간단하고 저렴한 공유 전동킥보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지만 그로 인해 전동킥보드의 법적 지위와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당초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됐다. 그러나 특성상 자전거와 다르고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하기에는 단순한 구조로 인해 법적 지위가 불명확했다. 이후 2020년 개정된 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정의됐고 이용연령이 만 16세 이상으로 다시 조정됐으며, 운전면허와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다.

규제 정비됐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 많아

현재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 또는 도로 가장자리를 주행해야 하며 보도주행은 불법이다. 횡단보도에서는 전동킥보드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한다. 음주운전 시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까지 가능하다. 규제가 정비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첫째, 안전규정 위반 시 벌금이 아닌 범칙금만 부과되는 점이다. 벌금은 전과로 남지만 범칙금은 단순한 행정처분에 불과하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범칙금이 10만원으로 매우 낮아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벌금 처벌을 도입하거나 범칙금 액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전동킥보드는 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 사고 발생 시 피해보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운전자와 달리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의무보험 대상이 아니며 대부분 경제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나 사회 초년생들이 많아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하고 가해자도 예상보다 큰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동킥보드에 대한 의무보험 도입을 고려하거나 공유 전동킥보드에 보험 가입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전동킥보드의 편리성과 안전 규제가 충돌하는 문제도 있다. 전동킥보드의 장점은 간편함이지만 이를 위해 안전모를 항상 소지해야 하는 규정은 현실적으로 불편하다. 또한 도로 주행은 규정상 맞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하다.

세계적으로 규제 강화되는 추세

규제를 강화할수록 전동킥보드의 편리성은 약화되기 때문에 안전과 편리성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는 주민투표를 통해 지난 2023년 9월부터 공유 전동킥보드를 전면금지하고 개인 소유 킥보드만 허용하고 있다. 파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 사회도 안전과 자유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며 전동킥보드 정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박재완

법무법인 와이케이 기업총괄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