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남아항로’에 자율운항선 투입

2024-09-23 13:00:03 게재

팬오션, 오늘 부산 출항

선원 승선해 3단계 테스트

정부가 개발 중인 3단계 자율운항선박시스템을 실제 상업 운항 중인 선박에 탑재해 검증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육상의 원격제어센터가 없고, 선박에도 선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테스트여서 완전한 3단계 기술로 보기에는 한계도 있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시스템을 실증하는 컨테이너선 출항식을 부산항 북항 자성대 부두에서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실증에 사용하는 하림그룹 해운계열사 팬오션 소속 ‘포스 싱가포르’호다. 6m 길이 컨테이너 1800개를 실을 수 있는 1800TEU급 규모다.

포스싱가포르호는 한국~동남아항로를 운항하면서 사고 위험이 적은 안전 해역에서 선장의 허락 아래 자율운항시스템을 테스트한다. 실증 기간은 1년이다.

실증 대상은 지능항해 기관자동화 사이버보안 및 운용기술 등 3단계 자율운항 핵심 기술들이다. 해수부는 실증결과를 기반으로 산·학·연·관 원팀으로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논의 중인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MASS)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3단계 기술을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한 상태다. 국제해사기구는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4단계로 구분하는데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 제어하는 수준 △3단계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육상에서 원격 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완전자율운항이다.

이번 실증은 선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구간에서 실증하게 돼 선원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 제어하는 위험과 부담을 확인하기 어렵고, 육상에 원격제어센터가 설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육상원격제어시스템도 실증하지 못한다.

하태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통합사업단 부단장은 “선박안전법이나 국제법에서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실험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2단계 기술과 차이는 육상의 원격제어시스템이지만 이 시스템은 아직 육상에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와 산업부가 2020년부터 진행 중인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시스템 개발(사업비 1603억원)은 내년에 1단계 연구를 마치고 2026년부터 2단계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 부단장은 “국제해사기구가 2030년 자율운항선박 관련 규정을 채택하고 2032년 실행할 계획인데 그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라며 “3단계, 4단계 기술을 개발해 선사들이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채택할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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