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제재 ‘주요사건 집중심리’…다수 사건은 ‘서면진술’ 확대

2024-09-24 13:00:01 게재

금융당국, 효율성 높이려 ‘선택과 집중’ … 증선위 운영방식, 변화 예고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제재 절차가 앞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주요사건에 대해서는 집중심리를 통해 신속히 결정하고, 대다수 사건에 대해서는 서면진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주가조작 전력이 있는 상습범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즉시 통보하고 주식 리딩방 사건의 경우도 주요 증거인 단톡방 등의 인멸을 막기 위해 신속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검찰·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23일 ‘2024년 제2차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를 위한 조사 효율화 방안 등을 점검·논의했다. 조심협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사건에 대해서는 임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또는 간담회 등을 적극 활용해 집중심리하고 결론짓는 증선위 ‘집중심리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불법공매도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대해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에서 집중심리제를 활용했고,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혐의 사건과 관련해 집중심리를 실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루에 여러 안건을 논의하면 주요사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만큼 집중심리제를 활용하는 등 사안의 경중에 따라 심리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불공정거래 사건은 금융당국 조사 이후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쳐 제재와 수사기관 고발·통보가 이뤄진다. 혐의자들은 자조심과 증선위 단계에서 직접 회의 장소에 나와 당국의 조사결과에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진술 기회가 주어지면서 쟁점이나 진술이 달라지는 등 제재 절차가 길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행정조치가 마치 재판 절차처럼 변한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자조심에서 충분한 진술이 이뤄진 경우 증선위에서는 서면진술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집중심리제 대상 사건의 경우는 예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 전력자 또는 주식 리딩방 등 명백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사건을 신속히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금도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속히 수시기관에 이첩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요 사건에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수사 중이거나 도주·증거인멸이 예상되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자조심과 증선위 심의를 생략하고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8월말 현재 225건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 과정에서 포착된 불공정거래 징후에 대해 월평균 약 18건의 심리를 진행 중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적발과 처벌은 혐의포착 및 심리(한국거래소) → 조사(금융위·금감원) → 수사(검찰)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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