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빈번한 대규모 재해에 위기감 고조
기업 80% “재난시 사업지속 위해서 비상계획 개선 시급해”
종업원 안전 확보, 지휘·명령 구체화, 협력업체와 협조 과제
닛케이, 기업체 조사결과
지진과 태풍 등 대규모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에서 기업들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기업은 재난에 대비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자체 비상대응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갈수록 재해의 규모가 커지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수정할 필요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일본내 기업 145곳의 대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자연재해시 비상사업지속계획(BCP)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공급망 유지를 위해서는 거래 상대방 기업의 BCP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번 조사대상 기업 98.6%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BCP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올해 새해 첫날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도반도 대규모 지진과 난카이대지진 임시주의보 발령이후 BCP를 새롭게 고쳤다는 기업은 31.2%, 개선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기업은 52.5%에 달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83.7%는 기존 비상대응계획을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계획을 개선할 경우 가장 시급한 부분은 자사 종업원의 안전확보라고 답했다. 조사결과 58.5%는 대규모 재난시 종업원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 확보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봤다. 예컨대 올해 초 노도반도지역에서 진도 7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연말연시 고향에 내려갔거나 여행을 떠난 자사 종업원의 안전에 대한 확인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인 지난 8월 ‘난카이대지진’ 임시주의보가 사상 처음 발령됐을 때도 회사내부 대책본부 구성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응답한 기업의 45.8%는 ‘긴급 재난 발생시 기업내 지휘 및 명령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닛케이는 “방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난카이대지진이 발생하면 간토지역에서 규슈지방까지 10미터 이상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후지산 분화 등이 동시에 발생하면 장기간 경제활동이 정체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피해를 불러오기 때문에 자사의 긴급대응에 그치지 않고 거래하는 기업의 비상계획도 파악할 필요가 커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48.9%는 거래하는 기업의 비상대응계획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만약의 사태시 거래하는 기업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공급망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력업체 비상계획을 사전에 파악해야 재난 발생시 자사 종업원의 파견이나 대체 생산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협력업체의 BCP와 관련해 지원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 64.5%에 달했고, 지원할 예정이라는 응답도 16.1%에 해당했다. 가츠키 아츠시 아사히그룹홀딩스 대표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협력업체에 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상황을 일원화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이에 따라 공급망 전반에 대한 거래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전체 기업의 재난시 비상대응계획이나 체제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국데이터뱅크가 지난 6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37.1%, 중소기업의 16.1%만 BCP가 제대로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공급망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거래기업의 BCP를 파악하고,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상황이나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의 변경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BCP(Business Continuity Plan)은 기업이 자연재해나 대규모 감염병 확산, 테러, 사이버공격 등 다양한 재난상황을 상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말한다.
일본은 최근 지진과 태풍, 화산폭발 등 재해와 재난의 규모와 강도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가정에서도 비상계획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