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적대적 M&A는 국가적 손실”
핵심기술 해외유출 우려 … MBK파트너스측 “중국에 매각 안한다”
고려아연은 24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기습적인 주식 공개매수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세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K파트너스 같은 투기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후 40년간 재직해온 산증인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제련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아가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이 됐다”며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 주요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MBK파트너스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약탈적 행위가 일어날 경우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는 얘기다.
또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책임이 장형진 영풍 고문에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에 대해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석포제련소 경영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켰으며,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 고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매출액은 2000년 1조원에서 2023년 10조원 규모로 약 10배 성장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에너지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산업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인력 20명이 참석해 “저들(MBK파트너스-영풍)과는 절대로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MBK 파트너스는 이날 긴급 입장문을 내고 “임직원 노동조합원 고객사 협력업체 주주 그리고 지역사회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지금의 고려아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려아연이 국가기간 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매각하는 일 없다”며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은 장병희 회장과 최기호 회장이 창업한 후 장씨와 최씨 두 가문의 주도 하에 지난 50년간 큰 성장을 이루었다”며 “하지만 그 사이 경제사회 환경이 변화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양가문에 의한 경영시대를 매듭짓고, 전문경영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