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폭주에 국제사회 맹비난
유엔총회서 집단학살 규탄 목소리 … 아랑곳 않는 이스라엘 이틀째 레바논 맹폭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명백한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인 인종 청소를 실행하고 그들의 땅을 단계적으로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비교하며 “70년 전 히틀러가 인류의 동맹에 의해 저지된 것처럼 네타냐후와 그의 ‘살인 네트워크’도 인류의 동맹에 의해 저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자에서 4만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고 특히 여성과 어린이가 집중 피해를 당한 사례를 지적한 뒤 “가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와 여성의 묘지가 되고 있다”면서 “집단학살을 막고 이 잔인함과 야만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인종학살에 가까운 상황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무차별한 공격으로 막대한 민간인 인명피해를 냈다”면서 “최근 며칠간 레바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해야 할 때”라며 “우리 인류는 더 이상 가자지구 주민들을 실망시켜서는 된다”며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수년 동안 아랍세계가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이스라엘에 손을 내밀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면책의 세월에 의해 고무되어’ 평화를 거부하고 대립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서방이 이스라엘의 범죄를 무마해주는 뒷배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도 “오늘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가장 야만적이고 가혹하며 광범위한 침략에 직면했다”며 이번 분쟁을 “제노사이드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이야기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 점령은 21세기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 변모했고 점령의 종식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누구의 호의나 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노사이드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가자지구 공격으로 집단적인 응징에 나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국가들이 행동해야 한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이스라엘과 나란히 존재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가 되는 것을 세계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는 즉각적인 휴전, 모든 인질의 무조건적인 석방, 그리고 두 국가 해법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는 별개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4일 전면전 위기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양측 모두에 자제와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연례 전당대회 사흘차 행사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 자제와 긴장 완화가 필요하며 모든 당사자가 벼랑 끝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의 귀환, 안전한 이스라엘과 인정받은 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이 함께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다시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규탄과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대규모로 폭격하는 ‘북쪽의 화살’ 작전을 이어갔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군사시설을 향해 로켓 수십발을 쏘면서 반격하는 등 2006년 이후 18년만의 전면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형국이다.
한편 레바논 보건부는 이틀간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른 사망자는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558명, 부상자는 1835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