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구경북 행정통합추진 논란 유감
경북도에 속해 있던 대구시는 1981년 7월 직할시로 승격되어 분가했다. 경북도는 2016년 2월 안동에 새 청사를 지어 이전하면서 대구시와 지리적으로도 헤어졌다. 몸은 떨어져 있었으나 대구시와 경북도는 늘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만남이 길면 헤어지고 헤어짐이 길면 만나는 것처럼 행정통합으로 다시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수시로 제기됐다.
최근 급물살처럼 진행되다 사실상 중단된 행정통합은 2001년 이의근 당시 경북도지사가 민선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는 3선 임기 말인 2006년에도 행정통합을 거론했으나 말뿐이었다.
행정통합이 가장 구체적으로 추진된 것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의기투합하면서다. 이들은 2020년 5월부터 약 1년여 동안 특별법안까지 만드는 성과를 냈다. 이들의 추진동력도 여기까지였다. 권 시장과 이 지사는 여론조사에 통합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았고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상황을 고려해 중장기과제로 넘겼다.
행정통합논의가 다시 재추진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취임초기 행정통합은 ‘난센스’라며 반대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자기 대구경북행정통합을 다시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이 지사도 호응하면서다.
홍 시장은 자신이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아 통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대구시가 즉각 행정통합추진단을 꾸려 속도감 있게 움직였다. 경북도는 행정통합민관합동추진단을 구성해 전문가 자문을 듣고 도민의 뜻을 묻겠다고 했다. 정부도 범정부지원단을 꾸려 지원을 약속했다. 시도는 8월 말까지 특별법합의안 도출, 9월 시도의회 동의, 2026년 7월 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의 일정도 공유했다.
하지만 시도는 실무회의 초기 통합지자체 명칭을 두고 티격태격하더니 8월 말 합의안 도출 막판에는 통합청사 소재지, 시군 권한 조정 등의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여기에 경북도의회가 홍 시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폭발했다. 홍 시장은 즉각 행정통합을 장기과제로 넘기겠다며 통합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시도지사는 지난 11일과 12일에는 각자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전격적으로 되살아난 통합의 불씨가 3개월여 만에 사그라들 위기에 봉착했다.
시도민들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단체장의 사려깊지 않은 행보가 시도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만 남겼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덜렁 받은 두 단체장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이제 와서 서로에게 ‘그럴 줄 몰랐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선 안된다. 다시 마주 앉아 말끔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인구절벽 앞에서 어차피 소멸될 것이라면 통합이라도 해보고 끝낼 일이다.
최세호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