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공공기관 자가태양광 운영 제한
10월 전력수요 급감·공급은 충분 … 매년 반복 가능성·근본대책 필요
가을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 자가 태양광발전 운영을 제한하고, 양수발전 정비일정은 연기해 수요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을철 전력수요는 줄어드는데 태양광발전 등 전력공급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전력난 대응책이다. 여름철 전력수요가 폭증해 전력수급을 걱정하던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1년간 전력수요가 가장 적었던 날은 10월 1일 38.4GW(기가와트)였다. 그해 12월 21일 기록한 최대수요 91.6GW의 약 40% 수준이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중 전력 최소 수요는 10월 2차례, 9월 1차례 등 가을철이 60%를 차지했다. 아침·저녁 선선해진 날씨와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다보니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연휴기간엔 기업들의 공장가동률 저하로 산업용 전력수요가 현격히 감소하기도 한다.
반면 전력공급은 특별히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태양광발전이 크게 늘어 전력공급 능력이 급증했다.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는 2019년 12.8GW에서 2021년 22.1GW, 2023년 28.9GW로 수직상승했다. 올 7월말 기준으로는 30.9GW에 달한다.
2013년 1.0GW와 비교하면 10년동안 원전 22기(1기당 1.4GW) 규모가 증가한 셈이다.
또 가을철에는 따가운 햇볕으로 태양광발전이 활발하다. 여름철 전력피크 시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태양광발전이 가을철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형태다. 늘어난 태양광발전과 필수운전발전기의 용량만 합해도 올 가을철 최저 전력수요 예측치인 38~41GW를 넘어선다.
전력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정전이 발생하는 건 자명한 이치다.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도 정전이 발생한다. 안정적인 전기공급은 주파수(60Hz) 유지가 관건인데, 전력수요가 더 많거나 적으면 적정한 주파수 유지가 어렵다. 이 경우 발전기 연쇄 고장 등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지면서 정전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봄부터 진작 경험하지 못했던 전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태양광발전을 늘려야하는 필요성과 봄·가을철 정전을 막기 위해 특정시기 태양광발전을 줄여야하는 불가피성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10월 연휴 기간 정전 가능성을 줄이려면 결국 발전출력을 줄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발전소의 협조가 필요하며 특히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의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수요가 감소하는 경부하 시기에 태양광발전기의 출력을 끄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14일부터 11월 3일까지를 ‘2024년 가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동안 발전량 감축(원전 예방정지 일정 조정, 석탄운전 최소화, 공공기관 자가 태양광발전 정지)과 수요량 증대(양수 예방정비 일정 조정, 플러스 수요관리, 태양광연계 에너지저장장치 충전시간 조정) 등을 추진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