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임차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 선순위 및 대항력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시에 전세사기 피해 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긴급 주거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기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피해 예방 및 지원을 위한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전문가 15명(교수 법무사 연구자 감정평가사 공공기관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2차례 전세사기 피해예방 및 지원 개선 방안을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경기도내 전세사기 피해현황을 모두 4612건(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내부자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6월 특별법 시행 이후 접수된 피해 건수로 피해 규모는 약 6804억원, 가구당 평균 피해액은 약 1억5600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는 주택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세피해 예방을 위한 단기적인 개선 방안으로 우선 임차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 선순위 및 대항력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감정가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깡통전세와 이상 가격에 대한 경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인력 등 임대차 행정력을 강화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첫째 임대인에 대한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금융 자산 부채 등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를 의무화해 문서 위조를 방지하고 확정일자가 즉시 효력을 발생하는 행정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피해 금액 및 범죄 수익을 추적·환수해 범죄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세 피해 지원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가구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긴급 주거 지원과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낙찰 이전 등기 시 취득세를 완전 면제하는 방안을 피해 회복에 중요한 지원책으로 꼽았다. 금융지원을 통해 피해자의 채무 조정과 전세 대출이자 면제 또는 기간 연장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기적인 전세 피해 지원방안으로는 임대차 보증금 회수를 위한 법률상담 창구 상설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경험 공유, 지역 공동체 차원의 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범죄 수익 및 피해자 관리를 위한 집행청 설치, 환수금액 관리를 위한 기금조성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기덕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라며 “임차인은 임대인의 재정 상황, 담보설정 등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공인중개사의 부정행위가 결합되면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피해자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고 경제적 손실과 함께 극심한 정신적, 사회적 고통에 노출된다”며 “긴급 주거지원, 금융지원 등 피해 지원과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