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홀몸노인 ‘생애 마지막 집’ 찾았다

2024-09-25 13:00:22 게재

마포구 ‘효도숙식 경로당’ 호응 커

주거복지+돌봄 새로운 해법 될까

“내 생애에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집이예요. 올 때부터 마음먹었어요. 여기가 내 마지막 집이다 하고.” “너무너무 만족해요. 어떤 효자도 이렇게는 못할 거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주민 김추영(82)씨와 김선옥(78)씨는 한 건물 내 위·아래층에 사는 이웃이다. 둘다 지난 6월 새 집에 이사와 둥지를 틀었다. 이전 집보다 환경도 한결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가끔 식사를 함께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년배가 생겼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며 생활을 챙겨주고 매주 한차례 악기를 배우며 음악 치유를 한다. 두사람을 포함해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 방은 따로, 주방과 거실 욕실은 공유하며 생활한다.

마포구가 저소득 홀몸노인을 위한 공동생활시설을 선보인 가운데 박강수 구청장이 개소식에서 주민 등과 함께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마포구 제공

25일 마포구에 따르면 지난 5월 창전동에 문을 연 ‘효도숙식 경로당’에 대한 입주자들 만족도가 높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저소득 홀몸노인을 위해 시작한 공동생활시설이다.

1호 효도숙식 경로당은 기존 정보화교육장 건물 2개 층을 대수선해 각각 남성용과 여성용 주거공간으로 꾸몄다. 각 층에는 개인 침실 8호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방 거실 화장실 세탁실을 배치했다. 침실과 화장실에는 비상벨을 설치해 각 방과 거실, 1층 사무실로 연결되도록 했다.

공용공간을 더한 세대별 거주지 면적은 30~34㎡ 가량이다. 통상 보증금 350만원에 월 7만원 임대료, 관리비 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수급자,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주민은 구에서 대신 비용을 부담한다.

65세 이상 저소득 홀몸노인 가운데 신체활동이 자유로운 주민이 입주 대상이다. 치매 등 건강검진 결과가 필요하고 동주민센터에서 검증을 한다. 구 관계자는 “입주민이 다른 입주민을 보살피는 상황이 돼서는 안된다”며 “2년씩 재계약하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속 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면서 주민들 일상에 불편이 없는지 살핀다. 입주자들 요구사항을 구에 전달하고 의견충돌이 있을 때 중재에 나서기도 한다. 장경아 사회복지사는 “실내 음주·흡연 금지,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텔레비전 끄기 등 공동생활에 필요한 이용수칙을 공유한다”며 “직접 시설을 확인하고 방을 선택하는 과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입주자들이 사회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두달에 한번꼴로 진행하는 ‘다함께 식사 모임’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인근 망원시장에서 장을 봐 삼겹살 잔치를 했다. 각자 조를 짜 장보기 요리 설거지 등을 분담했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음악치유도 그 일환이다.

김추영씨는 “전에는 고독사 우려도 되고 언제쯤 이 집을 탈출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는데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며 “과할 정도로 잘 챙겨줘서 나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창전동에 이어 합정동에도 12가구가 거주할 효도숙식 경로당을 준비 중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어르신들이 쾌적한 효도숙식 경로당에서 고립감을 해소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마포구의 새로운 시도가 노인 주거·돌봄 복지사업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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