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대표 구속기소…‘검사 조작’ 의혹 수사 계속

2024-09-25 13:00:32 게재

‘시료전지 바꿔치기’ 혐의도 수사

대표 아들 및 임직원 6명도 재판행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대표가 구속기소된 가운데 경찰이 불량배터리 납품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업무방해 혐의로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 2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일차전지 군납을 위한 품질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품질 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 국방기술품질원 및 국방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리셀이 2021년 군납을 시작할 당시부터 줄곧 품질검사를 조작해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을 납품한 정황을 포착했다.

모회사인 에스코넥 역시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입건된 24명은 모두 아리셀과 에스코넥의 전현직 임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구속기소된 박순관 대표는 아직 입건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은 지난 4월 국방기술품질원에 조작행위가 발각돼 시정조치를 받은 후에도 불량원인 파악이나 품질 개선 노력없이 납품 지연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는 등 무리하게 생산을 강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지난 6월 폭발 및 화재 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24일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기업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구속기소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또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아울러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등 4개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각 불구속기소 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박 총괄본부장 등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등은 또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생산 공정에 허가없이 불법 파견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아리셀은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하고, 담당 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 관리자 퇴사 후에도 약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했다.

이후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자로 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불법 파견업체로부터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수 제공받아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안전교육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파견 근로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법 파견 적발을 우려해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은폐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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