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공적인 기업회생을 위한 두가지 제안

2024-09-26 13:00:03 게재

한계기업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한다. 법원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통해 재무적 유동성을 확보해 주고 경영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연 회생인가 판결만 받으면 기업이 제대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회생인가만으로 기업 홀로서기 가능할까

이러한 의구심에 15년간 회생기업의 구조조정과 M&A 경험을 토대로 인가기업이 지속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 두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법원의 회생인가 판결과 동시에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회생인가 기업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에 가면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어렵게 납품계약을 하고 거래처의 요청에 의해 계약이행보증보험을 발급받으려고 보증보험사에 가도 저신용으로 거절된다. 회생인가 기업의 핵심은 조사위원(회계사)의 냉혹한 평가와 재무구조조정 그리고 법원의 가혹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이다. 다시말해 법적 회계적 재무적 리스크가 '제로(0)'인 이 기업은 향후 5~10년까지는 부도날 확률이 아주 적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기업인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금융기관은 과거 한번의 잘못으로 신용등급 D라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이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는 한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둘째, 회생인가 기업에게는 마중물 회생전용지원(DIP) 금융투자가 필요하다. 인가기업의 마중물 투자규모는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은 5억~10억원 정도로도 충분하다. 회생인가 기업은 지속적인 경영과 제조활동을 통해 매출을 위한 계약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회생기업이 인가를 받더라도 외상으로 원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회생인가 기업의 원자재 구매는 모두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 특히 무역을 하는 기업은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수출보험을 가입하는데 회생인가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한도를 올려주지 않아 계약이 많아도 제한적 보증만 해주기 때문에 계약받은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기업의 대표들은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다시 사채시장을 통해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자금을 마련해 거래처와의 약속을 지킨다. 또다시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

100억원 이하 기업에 DIP투자 이뤄져야

인가를 위한 회생계획안에는 최소 5~10년간 매출과 이익의 합계를 가지고 탕감 후 남은 잔존채무를 상환한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매출과 이익은 잔존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인 것이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을 더 많이 내려면 이전보다는 많은 영업활동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원자재도 많이 필요한데 회생인가 기업에게는 원자재를 적시에 구매할 곳이 없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캠코를 통해 매출규모가 100억원 이상 되는 비교적 우량한 회생기업에 대한 DIP투자와 서울보증보험의 계약이행보증보험서가 발급된다. 그러나 이는 인가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00억원 이하 기업은 예산문제로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인가기업을 위한 정책적인 DIP투자가 이루어져 매출활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고 원자재 구매와 인건비 등 제반경비에 대한 부담이 없을 정도가 된다면 지속적인 경영활동이 비로소 이루어지고 재기지원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