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온산제련소 보면 기업 갈길 보여”
고려아연 ‘적대적 M&A’ 경제·정치·지역사회로 비판 확산 … MBK측은 반박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석포제련소와 온산제련소를 비교해보면 기업의 가야할 길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관련기사 12, 19면
하태경 보험연수원 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50년간 사이좋게 한지붕 두가족 경영을 해 온 두 일가가 결별을 선언하고 정면충돌한 것”이라며 “장씨 일가의 석포제련소, 최씨 일가의 온산제련소를 비교해보면 대한민국 기업이 가야될 길이 어딘지 분명히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과 노동안전에 별 관심없는 석포제련소와 온산 그린 제련소의 길은 확연히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하 원장은 “우리 주식시장의 밸류업도 단발성 밸류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밸류업이어야 한다”며 “그것은 착한 주주자본주의, 사회책임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가리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비판이 경제계·정치권·지역사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속에 명분다툼이 핵심이슈중 하나로 제기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9월 13일 이후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는 명백한 적대적 M&A로, 중국계 자본 등을 등에 업은 MBK의 약탈적·적대적 기업사냥”이라고 규정했다.
고려아연은 송종준 충북대 교수가 쓴 ‘적대적 M&A의 법리’를 인용해 “학계와 시장, 일반상식을 가리지 않고 명확하게 정립된 적대적 M&A 정의는 △상대기업 동의없이 강행하는 기업의 인수와 합병 △대상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회 동의없이 진행되는 기업 인수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매수자와 피매수 기업간 합의로 이루어지는 우호적 M&A의 반대말이라는 입장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이번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는 현 경영진과 상의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적대적 M&A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고려아연은 또 "MBK가 운영하는 블라인드 펀드 중 상당수는 중국계 기업·자본이 포함돼 있다"며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국내 우량기업을 공격해 경영권을 찬탈한 뒤 이를 비싼 값에 대부분 해외에 넘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칫 중국자본과 관련된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인력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7월에는 박희승 김영진 정준호 한정애 서영교 등 야당 의원 11명이 국민연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운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MBK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들은 MBK의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반대한다는 성명도 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운용사는 국민연금출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시·시의회에 이어 19일 성명서를 내고 "고려아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비철금속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차전지 핵심 소재 독자기술을 보유했다“며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모펀드의 본질적 목표인 단기간 고수익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수 있으며, 기술 유출 및 2차전지 분야의 해외 공급망 구축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1대 주주와의 협력하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대적 M&A는 잘못된 주장이다. 최대주주에 의한 적대적 M&A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국가기간 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지역사회를 위한 ESG 노력 뿐 아니라 고용과 투자는 중단없이 계속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자본시장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저평가된 국내 상장사 주주들에게 다양한 권리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