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만전 기해야
통계청이 9월 발표한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13년 후에는 전체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 2052년에는 1인 가구 중 80세 이상이 2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65세 이상 비중도 2022년 26.0%에서 2052년 51.6%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체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 가구인 셈이다. 또한 부부끼리 사는 고령층 부부가구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어 2026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분절적으로 제공하던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돌봄 주거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서비스를 연계·제공하는 절차를 두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뿌리는 문재인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인, 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16개 지자체에서 2019년부터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진행했다. 윤석열정부는 2023년부터 12개 지자체에서 재택 의료센터를 중심으로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확실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철학이 다른 두 정부에서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계속 추진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또한 통합지원 제도가 법적으로 근거를 갖추고 제도화되어 지자체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제정은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보건과 복지 분야 핵심 전달체계가 의료기관과 지자체로 나뉘어 있고,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주도권 싸움으로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따라서 법 시행이 2년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제도의 긍정적 취지를 살리고, 법 시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지자체에게 부여된 조사, 종합판정,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등의 역할을 시행령에 따라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지자체가 전문기관을 내세워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역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당수 지자체가 통합돌봄 지원 제도를 통해 노인 등 취약계층의 기본생활을 위한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책임은 결코 소홀히 될 수 없다. 기본적인 지원제도의 근간은 확실하게 지자체가 운영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관련 인력 확충과 조직 정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지원기관이 가지고 있는 장기요양제도와 건강보험제도의 전문성을 살려 운영하는 것이 법의 취지라는 점도 간과하지 말자. 지자체와 지원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연계 체제를 공고히 갖추도록 보건복지부는 협의체를 운영해 지자체와 공단이 현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계·협력 방안을 만들자.
둘째, 의료·요양·돌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이외에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 참여가 필수적이다. 전문인력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고 협업할 것이며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훈련 방식에 대한 명확한 설계도를 그려보자. 참여 의향이 있는 전문가들의 투명하고 열린 소통을 통해 갈등없이 그 해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복지부의 책임 있는 조정자 역할을 기대한다.
건강보험과 요양보험 재원 합리적 배분 필요
마지막으로, 살던 곳에서 존엄한 기본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주거 욕구의 필수적인 해결과 함께 의료와 돌봄의 통합 욕구에 기반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과 요양보험 제도의 취지와 역할에 맞도록 두 보험의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최선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지역의 노인과 장애인, 환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품위있게 생활하면서 가족들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통합돌봄 지원 제도가 튼튼히 자리잡을 기반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한 걸음씩 착실히 준비해 나가자.
고려대 특임교수 전 보건복지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