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가을축제’ 주민 화합의 장 되길
“전에는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서로 만나서 대화를 했어요. 서로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대화는 통했어요. 요즘은 참….”
최근 만난 어느 기초단체장이 대화 도중 갑자기 한탄조로 내뱉었다. 갈등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물고뜯기에만 여념이 없는 중앙정치에 대한 이야기다. 지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동네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할 지역 정치인들이 소속 정당으로 나뉘어 ‘무조건 반대’만 외치고 있단다.
기실 정치권만의 이야기일까. 주민들 사이에서도 서로가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둘러싼 반목과 대립이 첨예하다. 자신과 정치색이 다르다고 하면 질타와 분노의 감정을 원색적으로 표출하기 일쑤다. 사회 전체가 미움과 반목으로만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선거 유세장에 총기와 저격수가 등장하는 미국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 없게 됐다. 하기야 흉기만 달랐을 뿐 우리 유세장에도 이미 저격수가 등장했으니.
지난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좀 조용히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아뿔싸, 오는 16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를 잊고 있었다. 교육감을 다시 뽑는 서울을 비롯해 단체장을 선출하는 부산 인천 전남 등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국이 들썩이는 건 매한가지다.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에 접어들기 전인데 벌써 보수와 진보, 여와 야 등 제각각으로 나뉘어 소란스럽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어떤 국면이 펼쳐져 시민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 와중에 전국 지자체들은 가을축제에 여념이 없다. 추석연휴까지 덮쳤던 폭염이 물러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달 말부터 일제히 시작해 이달까지 크고 작은 잔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도시 유래와 연관이 있는 역사자원이나 산과 내 공원 등 지연, 혹은 새롭게 발굴해낸 지역자원을 톡톡히 활용해 주민들에게 휴식을 주고 방문객들을 불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화려한 볼거리나 즐길거리도 좋고 맛난 먹거리도 좋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주민들이 화합할 수 있는 장을 펼쳐주었으면 한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눈도장을 찍거나 결과가 나온 뒤 사례를 하기에 제격인 자리일 게다. 하지만 잠깐 잊고 편 가르기에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고 경제위기 여파로 흔들리는 시민들 일상을 응원했으면 좋겠다. 주민들 역시 지자체마다 정성껏 준비한 가을축제를 즐기면서 가족과 이웃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추석은 지나갔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이번 축제만 같아라’는 사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