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폐어구 수거 민간·국제사회로 확대한다
7월엔 42개단체 2천여명 참여 600톤 수거
유엔·동아시아해역조정기구 등 협력사업
국정현안과제 보고 … 10월부터 본격활동
바다속 폐어구 수거활동이 어업인에서 민간단체와 기업, 국제사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6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한 ‘폐어구 발생 예방을 위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을 이번 달부터 본격 실행에 옮길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 내일신문 9월 26일 ‘바다속 폐어구 매년 5천톤씩 더 쌓여’ 기사 참조)
어구순환관리대책은 해양오염을 일으키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바다속 폐어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구를 생산·판매하는 단계부터 회수하는 단계까지 관리하고, 현재 바다속에 버려진 폐어구는 수거하는 방안으로 구성돼 있다.
민감참여 방안은 폐어구 수거활동에서 어업인 참여 확대와 함께 핵심 내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 해 3만8000톤에 달하는 폐그물·통발 등 어구들이 바다에 버려져 거대한 해양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육상에서 내려온 각종 쓰레기 9만5000톤과 해상에서 발생하는 5만톤 등 14만5000톤이다.
폐어구는 해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76%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3만3000톤만 수거되고 발생 후 수거되지 못한 채 바다에 방치된 폐어구는 매년 5000톤씩 축적되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 국제환경단체 등도 기금 출연하며 참여 = 해수부는 지난 7월 인천 옹진군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 전국 연안해역에서 폐어구 수거경진대회를 열었다.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대회에는 전국 42개 단체, 2000여명이 참여해 600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강동양 해수부 어구순환관리과장은 “참여한 시민들은 상을 주지 않아도, 받지 않아도 좋다며 이런 활동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할 정도로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에 크게 호응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폐어구 수거를 위해 어촌계,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국 단위 캠페인을 매년 열기로 하고 다음달 관련 의견청취를 위한 열린소통포럼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민간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과 연계하고 국제환경단체와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엔투비’와 세계자연기금(WWF)은 올해도 해양폐어구수거를 위한 기금을 출연하며 활동에 참여했다.
사용한 어구를 회수하고 버려진 어구를 수거하는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폐어구를 활용한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추진한다.
해수부는 △회수된 폐어구를 재활용 인프라와 연계한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폐어구 종류·물량·보관장소에 관한 정보시스템 구축 △선상 조업 작업복 등 폐어구를 활용한 재활용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폐어구를 활용한 재활용 산업화 기술개발 연구개발’을 내년에 진행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재활용 집하장은 부산 목포 인천 군산 광양에 마련하고 환경부도 통영에 재활용 시설을 만든다. 폐어구에 관한 정보시스템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어구보증금센터의 회수관리정보시스템에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협력도 중요하다. 해양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 문제는 지구촌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돼 태평양 해양플라스틱 제거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는 등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할 공동과제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800만~1200만톤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해양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부는 우선 유엔플라스틱협약 발효에 대비해 폐어구 관리 정책을 홍보하고 관련 공적개발원조(ODA) 등 협력사업을 추진하며 국제사회에서 어구관리 정책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이번 대책에 담았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5차 유엔플라스틱협약 회의나 내년 4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10차 아워오션컨퍼런스(OOC) 등 국제행사를 활용해 어구관리정책을 소개하고 토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하고 있는 동남아지역 해양폐기물 저감 활동을 지원하면서 내년에는 동아시아해역조정기구 등과 함께 어구관리정책, 생분해어구기술 등을 홍보·교육하는 협력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시아해역조정기구는 동아시아지역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로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 해역에 버린 불법폐어구 수거 시작 = 해수부는 중국 어선이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불법으로 버린 폐어구 수거작업도 10월부터 시작한다.
중국의 불법어구 수거작업에 투입할 선박은 감척어선을 활용하기로 하고 이달 중순 감척대상 근해안강망어선(89톤급) 2척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 선박은 우선 서해안 EEZ에 버려진 중국 불법 범장망을 수거한다. 범장망은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조업하는 그물이다. 우리나라 안강망과 비슷하지만 길이는 안강망의 2~3배에 달하고 가는 그물눈(세목망)을 사용해 어린 물고기까지 남획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중국 범장망어선은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야간이나 기상이 악화된 때를 틈타 우리나라 서·남해권역 EEZ 안쪽으로 침입해 그물을 설치한 후 EEZ 밖에서 대기하다가 수거하는 식으로 불법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안강망어선을 임차해 중국의 불법어구를 철거해 왔지만 성어기에는 조업에 나선 어선 중 불법어구 철거작업에 참여할 어선을 확보하지 못해 적시에 수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감척어선을 활용하면 연간 750톤(100틀) 이상의 중국 불법 폐어구를 수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수부가 국정현안과제로 추진하는 ‘폐어구 발생 예방을 위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은 어구가 만들어져서 사용되고 버려질 때 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해 폐어구 발생량을 줄이고, 수거량은 늘려 바닷속 폐어구를 2028년부터 줄여나가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폐어구 수거사업을 진행해지만 매년 5000톤 이상 새로운 폐어구가 바다에 누적돼 온 것은 통발·자망 등 어구를 법정 사용량보다 많이 사용하고 폐어구를 바다에 버리는 등 폐어구 회수에 대한 어업인들의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 △폐어구 집하시설 등 회수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운반·처리비용 부담 △회수·수거작업 참여 유인책 부족 등으로 어업인들의 자발적 참여 분위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거론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