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연체 취약층 ‘채무 전액감면’ 신설…정책금융 상환유예 확대

2024-10-02 13:00:01 게재

금융지원·재무조정·경제적자활 등 취약층 지원방안 마련

저소득 청년 사업자 1만명 ‘햇살론유스’이용 가능해져

자영업자 대상 연말까지 11.1조원 유동성 추가 지원

1년 이상 장기 연체 중인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에 대해 채무를 전액 감면해주는 ‘소액 취약채무자 채무면제’ 제도가 신설된다. 또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중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 등에 대해 최장 1년간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5만명 가량이 상환유예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서민 등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맞춤형 지원방안은 크게 3가지다. 정책자금에 대한 상환유예와 장기분할상환을 통한 상환부담 완화, 과중 채무자를 선별해 개인·자영업자에 대한 채무조정, 경제적 자활을 위한 취업과 재창업 지원 등이다.

◆“취약층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채무조정 지원” = ‘소액 취약채무자 채무면제’ 제도는 영국의 부채구제명령과 유사하다. 영국은 소득과 재산이 현저히 낮은 소액채무자를 대상으로 1년간 상환유예 후 소득과 재산 변동이 없는 경우 법원 재판없이 면책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연체 90일 이상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에 대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원금 1500만원 이하인 소액채무에 대해 조정 후 원금을 3년 이상 50% 이상 상환시 잔여채무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취약채무자의 상환여건이 개선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환 의무가 일부 남아 있는 것은 채무자에게 장기적인 고통을 야기한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따라서 상환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취약층을 대상으로 500만원 이하 채무에 대해 1년 이상 연체가 발생한 경우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은 원금을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다만 채무상환을 1년간 유예하고 이후 채무부담(총채무액/소득)이 개선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연체 30일 이하 단기연체자에 대해서는 선제적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현재 기초수급자 등 취약층은 연체기간이 31일 이상 89일 이하일 경우 원금을 최대 30% 감면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상환능력이 현저히 낮은 취약층은 연체 심화 전 조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상환부담을 보다 선제적으로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취약층의 경우 연체 30일 이하인 경우에도 원금 감면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상은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고령자(70세 이상)들로 최대 15%의 원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성실상환을 유도하기 위한 채무조정 인센티브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인워크아웃을 이용 중인 1년 이상 성실상환자의 경우 채무조정 이행 중 일시완제시 원금 감면폭이 현행 10~15%에서 20%로 확대된다. 또 취업지원프로그램 이수 후 취업 성공시 채무 감면율을 확대해주기로 했다.

◆청년층 위한 햇살론유스 지원 확대 = 정책서민금융 이용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코로나19 이후 정책서민금융 이용자가 실직, 폐업 등의 사유로 상환유예 신청시 최장 1년간(6개월 지원 후 추가 신청시 6개월 연장) 상환이 유예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 발표를 통해 ‘상환 가능성’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서민·소상공인 등으로 상환유예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과 30일 이상 연체 등으로 상환이 어려운 정책서민금융 이용자들은 올해말까지 신청을 하면 최장 1년간 상환유예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저신용·서민층이 민간금융기관에서 자금을 공급받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고금리, 내수회복 지연이 지속되면서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애로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햇살론뱅크 이용자들의 상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햇살론뱅크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했던 저소득·저신용자가 신용도 개선을 통해 은행권으로 갈아타는 것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햇살론뱅크의 월평균 대위변제 발생액은 지난해 156억원에서 올해 1~7월 304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위는 실직과 폐업 등으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 최장 10년간 분할상환을 활 수 있도록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또 햇살론유스 지원 대상자에 청년 개인사업자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햇살론유스는 저소득 청년(대학생·미취업청년·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1200만원 한도내에서 용도별 한도를 구분해 지원된다. 올해 4분기부터는 창업 후 1년 이내 저소득 청년사업자를 지원대상에 포함, 물품구매와 임차료 등 특정용도자금을 신설해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연간 1만명에게 600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상공인 대상 우대조건 정책금융 확대 =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이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당초 2년간 목표였던 자영업자·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 규모(41조2000억원)를 초과해 올해 6월말 기준 47조3000억원을 공급했다. 여기에 추가로 올해말까지 11조1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소상공인 위탁보증을 통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5년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보증을 지원했는데, 분할상환 기간을 기존 5년에서 최대 5년 추가로 부여해 원리금 상환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폐업 후 재창업시 자금지원도 강화된다. 재창업지원위원회 등에서 사업성을 인정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금리·보증료율 인하, 거치기간 연장 등 자금지원을 우대해주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한은행 배달플랫폼 ‘땡겨요’는 정책서민금융 이용자와 플랫폼 참여 자영업자를 상호지원하기로 했다. 정책서민금융 이용 자영업자가 플랫폼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영업활동을 지원하고, 플랫폼 업체에서 플랫폼 인프라 활용 교육을 제공하고 사업을 연계해 판로개척을 지원하기로 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자영업자가 자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정책서민금융으로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운영성과에 따라 여타 주요 플랫폼과의 협업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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