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 설립 놓고 고민하는 지방의원들
정치자금법 개정, 7월부터 설립 가능
2개월 간 광역·기초의원 약 5% 그쳐
국회의원 견제…임차료·인건비 걱정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지방의원들도 지난 7월부터 후원회 설립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후원회 계좌를 개설한 지방의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탓도 있지만 후원회 설립 시 사무실 설치·회계책임자 선임에 필요한 비용문제 등을 놓고 고민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의회에 따르면 올해 2월 20일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광역·기초의원들도 후원회를 조직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을 후원회 지정권자에서 제외한 기존 정치자금법 제6조 제2호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개정된 법에 따라 광역의원은 연간 5000만원, 기초의원은 연간 3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고 선거를 앞두고는 두배 더 모금할 수 있다. 후원인은 연간 2000만원 한도에서 광역의원 후원회에 200만원, 기초의원 후원회에 100만원까지 각각 후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방의원들의 후원회 개설 실적은 미미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모경종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서구병)이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역의원의 경우 12.3%(872명 중 107명) 기초의원의 경우 3.4%(2987명 중 102명)만이 후원회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 개설자 수로는 경기가 광역의원 32명(20.5%), 기초의원 30명(6.3%)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광역의원 13명(11.6%) 기초의원 26명(5.6%), 전남 광역의원 12명(19.7%), 기초의원 19명(6.1%)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 대전 세종지역은 광역·기초의원 모두 한명도 후원회를 개설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비례대표 광역의원은 시·도 선관위에, 지역구와 비례대표 광역·기초의원은 관할 구·시·군 선관위에 각각 후원회 등록을 신청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지방의원들이 후원회 설립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후원회 설립 절차나 제출 서류 등이 까다롭고 사무실·회계책임자 등 후원회 운영에 필요한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한 기초의원은 “혼자서 후원회 개설에 필요한 정관 작성, 창립총회 개최, 사무소 설치, 회계책임자 선임 등 준비 절차와 서류를 갖추는 게 만만치 않다”며 “사무실 임차료, 인건비 문제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방의원 후원회 설립에 대해 현역 국회의원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지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경기도의원은 “후원회 설립을 준비 중이긴 한데 현역 국회의원 눈치가 보여 조심스럽다”면서 “내년 초쯤 의정보고회 시점에 맞춰 개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역 국회의원이 후원회장을 맡은 경우도 있다. 최만식(민주당·성남2) 경기도의원은 “김태년 의원에게 후원회장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응해줬다”며 “문제는 아직 지방의원 후원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입법 대가성 후원금 논란 등) 후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적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후원회 설립을 둘러싼 우려도 많지만 대부분 지방의원들은 당분간 과도기를 거쳐 차기 지방선거가 임박하면 후원회 설립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부산시의원은 “서로 눈치보며 대부분 아직 후원회를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아마도 대다수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부터 후원금 모금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모경종 의원은 “ 지방의원 정치후원금 제도는 경제력 없는 우수 인재의 원활한 지역 정치입문을 위한 제도 ”라며 “제도 개선과 더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방의원 후원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태영·곽재우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