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년제도에 관해 - 당신의 임금과 연금
최근 국내에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논의와 관련하여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상시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에 ‘고령자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이 적용돼 60세 이상의 정년을 의무화하고 있다.
OECD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60세 정년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 정년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했다.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연공서열 등 일본의 전통적인 노동제도가 적절하지 않고, 정년 폐지 등을 통해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년 제도에 대해서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OECD 가입 국가 38개국 중 60세를 정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일본뿐이다. ILO는 이미 1980년 6월 23일 고령 근로자가 ‘평등한 기회와 대우, 고용 보호, 퇴직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하에 제66차 회기에서 ‘고령 근로자에 관한 권고(Older Workers Recommendation, 1980, No.162)’를 채택했다. ILO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에 있어서도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촉진, 법정 퇴직연령에 대한 차별 금지, 퇴직 후 생활에 연착륙 할 수 있는 각종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고령사회에서의 정년연장의 쟁점과 외국의 입법 및 정책 동향, 김소영, 2019, 한국법제연구원)
미국과 뉴질랜드는 각각 1986년과 1999년에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은 2000년대에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유럽연합 법원은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표준 정년으로 정하고 있는 65세 내지 67세의 정년이 연령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연령인지에 대하여 주로 지침 제6조(연령 차별이 정당화되는 사유)와 제4조(진정하고 결정적인 직업상 요건)를 중심으로 판단해 왔다. EU 지침 자체는 연령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회원국 각국의 고유한 노동시장 상황 및 고용정책에 따라 재량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월 1일 다수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재산권과 처분권 영역인 임금의 문제라는 점에서 ‘개별계약 우선의 원칙’ 등을 토대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다수 판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정에서의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으로서 그 임금체계에 따른 고령자의 노무제공의 정도를 판단해 차별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심리했다.
현재까지 다수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사례를 토대로 우리 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해서 판시한 내용은, 단체협약 체결이나 취업규칙의 적법한 변경 절차를 통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하여 온 경우 그 임금피크제 도입과정이 적법하여 절차적 요건을 구비했다고 보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절차적 요건과 관련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에 있어서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 대상을 살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통상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있어서는 그 불이익을 받을 대상의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취업규칙의 변경이 적법해진다. 이때 그 불이익을 받을 대상에는 현재 불이익을 받을 사람뿐만 아니라 장래에 불이익을 받게 될 대상도 포함한다. 특히 총액 인건비 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임금피크제를 직접 적용받게 되는 소수의 대상자와 장래에 적용받게 될 다수의 근로자 모두가 임금 피크제 도입에 관한 찬반투표를 하게 된다.
현재 정년 연장을 논의하고 이를 단체협약에 반영하고자 하는 기업이 다수 존재하며 앞으로도 노동인구의 지속적 확보를 위하여 공적 영역과 민간 사기업 모두,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 정년 연장 논의의 대상이 되는 세대는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함께 하고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을 함께하여 온 세대이기도 하다. 특히, 부모에 대한 부양과 자녀에 대한 부양을 모두 받치고 있는 세대이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문제는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자칫 정년 제도의 변동 없이 연금개시연령만 늦춰질 경우 정년퇴직 후 연금 수급이 개시되는 때까지 사이에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연금개혁에 있어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점은 연금 수급권은 언뜻 보기에는 시혜적 권리로 보일 수 있으나, 각자가 매달 납부한 기여금이 쌓여서 연금수급권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도 변화를 기대해 본다.
조인선
법무법인 와이케이 중대재해센터장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