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자사주 전량 소각”
우군 베인캐피털과 3.1조원 투입
고려아연이 3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면서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고 공격하는 데 대한 방어막을 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2일 이사회를 통해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1주당 83만원에 320여만주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총 자금규모는 2조6600여억원이며, 주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털도 4300억원을 들여 공개 매수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2.5%에 해당하는 51만여주의 공개 매수에 나선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의 합산 공개 매수 규모는 372만여주로 전체 금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하는 지분은 최대 18%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고려아연이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분쟁의 한가운데 처하게 돼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 사회 및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된 점 깊게 사과 드린다”며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간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베인캐피털은 경영권 등과 무관한 재무적 투자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연합군으로 참여한 베인캐피털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라며 “베인캐피털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사업 방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이번 결정이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풍·MBK 연합 측에서 고려아연의 회삿돈을 이용한 경영권 지키기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최 회장은 이번 결정이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2조70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 1조원은 회사채를 통해, 1조7000억원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영풍은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