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서 끌려 나오고, 거리에서 납치당하고…
가디언, 미얀마 강제징집 실태소개
군부 연이은 전투 패배에 공포정치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가 반군 공세에 잇따라 패하면서 위기에 몰리자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강제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부조리와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전했다. 집에 있다가 침대에서 끌려 나가기도 하고, 길에서 강제로 납치당하듯 징집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젊은 남성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다른 나라로 도피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이렇게 되자 군부는 여성들 징집까지 추진 중이다. 9월 28일 영국 ‘가디언’지는 미얀마에서 군부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강제징집 실상을 소상히 소개했다. 소개한 내용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된 실제 사연들이다.
29세인 탄 툰은 양곤 자택 침대에 있을 때 낯선 남자들이 그를 데리러 왔다. “그는 아무것도 준비할 수 없었다. 단지 신분증, 인구 조사 등록 사본, 그리고 옷 두 벌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고 그의 여동생 킨 메이가 회상했다.
사우 존도 집에서 납치된 또 다른 남자였다. 그는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노부모와 함께 사는 유일한 가장이었지만 징집을 거부해 경찰서로 끌려갔고, 그 후 심문 센터를 거쳐 샨 주의 훈련소로 보내졌다. 지난 8월 땅콩 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체포된 티다르의 남동생도 이틀 만에 샨 주로 보내졌다.
이처럼 미얀마 군사 정권은 올해 처음으로 의무 징집법을 시행했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즉시 도피했고, 재산을 팔거나 빚을 내 탈출 자금을 마련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군 통제 지역으로 이동했다.
양곤과 같은 군사 통제 도시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서 징집을 피하기 위해 지역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있다.
군사정권은 지난 2월 18~35세 남성과 18~27세 여성을 대상으로 2년간 군 복무를 의무화한 병역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고 3월 말부터 강제 징집을 시작했다. 가디언지는 실제 징집 절차를 시작한 4월 이후, 약 2만5000명이 훈련소로 끌려가고 그 중 5000명이 최전선으로 배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6월 중순부터는 군부가 일부 지역에서 여성징집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현 군사정권은 아웅산 수치 정부를 전복한 쿠데타 이후 3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반군 그룹을 저지하지 못하고 국경 지역의 광범위한 지역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모건 마이클스 연구원은 “군부가 계속 패배하고 있다. 이러한 손실이 계속된다면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북부 샨 주에서 브라더후드 연합이 기습 공격을 시작한 이후 군정의 패배는 더욱 심화했다.
징집병들이 어떤 훈련을 받게 될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뢰를 제거하거나 총격을 피하기 위한 인간 방패로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