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판소리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무형유산 101건을 중국이 자국 유산으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정부의 공식대응이 중국정부의 유네스코 목록으로 신청한 이후에나 시작돼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수현(민주당, 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이 ‘국가유산청’(이하 국유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중국이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 유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 문화유산 가운데 조선족 관련 명목으로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 20건, ‘성급’ 유산으로 81건을 각각 지정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 20건은 유네스코 등재 추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중국이 조선족 관련 국가유산으로 지정한 20건 중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것은 아리랑, 농악, 판소리, 씨름, 김장문화 등 5건이다. 퉁소음악, 해금, 삼노인(만담), 널뛰기·그네뛰기, 전통혼례, 회갑례, 회혼례 등은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않고 중국 유산으로만 지정돼 있다.

중국은 또 중국 지린성을 중심으로 랴오닝성 등 3개 성 유산으로 81건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의 사례로 지목되는 이같은 공격적인 행태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원론적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현 의원실은 “국유청은 ‘중국이 조선족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목록으로 신청할 경우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라며 “국유청의 안이한 대응은 과거 선례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직무유기이며 문화와 역사의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