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한국 회계신인도 평균 26위

2024-10-04 13:00:02 게재

2011년 이후 순위 상승 … 하위권인 IMD 순위와 차이

재무자료 활용 분석 결과 … IMD 순위는 설문조사 의존

2011년 상장기업 등을 상대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한국의 회계신인도(회계투명성)가 국제적으로 중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회계투명성 분야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4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 연구’ 9월에 실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과 우리나라 회계신인도 변화’ 논문에 따르면 재무자료를 이용해 해외 국가와 회계신인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20년까지 64개국 중 평균 26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임태균 전북대 회계학과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정남철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최정운 대구대 경영대학 교수, 김기영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함께 참여했다.

국제경쟁력 평가기관인 IMD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60여개의 평가대상 국가 중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약 25위지만, 회계신인도는 약 52위라고 발표했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도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140개의 평가대상 국가 중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약 20위 정도이지만, 회계신인도는 약 68위로 중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재량적 발생액 측정’ 63개국 비교 = IMD 평가가 설문조사에 의존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객관화된 순위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연구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재무, 통계 및 시장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Compustat Global’에서 추출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64개국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회계신인도의 객관적 지표로 이용되는 ‘재량적 발생액’ 측정을 통해 평가를 진행했다.

기업의 ‘성과대응 재량적 발생액’과 ‘재량적 발생액의 변동성’을 측정했다. 성과대응 재량적 발생액은 주로 기업 회계나 성과 관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특정 성과에 대해 기업이 재량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비용이나 수익을 의미한다. 경영자가 성과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성과대응 재량적 발생액이 작을수록 회계신인도가 높고, 클수록 회계신인도가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23만2165개 표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성과대응 재량적 발생액의 연도 및 국가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11년 38위, 2012년 24위, 2013년 20위, 2014년 17위, 2015년 26위, 2016년 32위, 2017년 26위, 2018년 29위, 2019년 22위, 2020년 36위를 기록했다.

전 교수 등은 “회계신인도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중위권 수준이며, K-IFRS 도입 이후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의 회계신인도가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표본이 100개 이상인 국가로 한정해 분석한 결과도 전체 표본을 사용한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회계신인도는 분석대상 국가 42개국 중 19위로 중상위권으로 나타났다.

◆“한국 회계신인도 대외적으로 저평가” = 6만6715개 표본을 이용해 재량적 발생액의 변동성을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2012년 27위, 2013년 29위, 2014년 30위, 2015년 3위, 2016년 18위, 2017년 17위, 2018년 6위, 2019년 20위를 기록했다.

전 교수 등은 “2015년 이후 우리나라의 재량적 발생액 변동성으로 측정한 회계신인도는 중상위권 수준이며, 연도별 순위 변동이 크지만 IMD의 평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IMD에서 발표한 회계투명성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11년 27위를 기록한 이후 2021년 41위로 다소 상승했지만 이후 60위권으로 하락했다. 2017년 63개국 중 63위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회계개혁 이후인 2021년 37위로 다소 상승했지만 2023년 47위, 올해 41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IMD가 발표하는 회계신인도는 기업경영효율 분야 중 경영활동 분야에서 ‘회계 및 감사실무’의 단일 설문항목만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국가의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귀국에서는 회계기준이 적절하게 적용되고,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가 적정하게 시행되고 있습니까’라는 1개 설문만 진행된다.

WEF 역시 회계신인도 측정에서 평가대상국가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7점 척도를 사용하는 단일의 설문항목을 이용, 회계감사 및 재무보고(공시)의 강도를 측정한다.

전 교수 등은 “이번 연구는 국가 간 설문대상자의 개인적 특성 및 주관적 인식의 편향을 배제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인 재무자료들을 이용해 K-IFRS의 도입 이후 우리나라의 회계신인도가 제고되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해 우리나라의 회계신인도에 대한 대외 평가기관의 평가가 저평가돼 있으며 K-IFRS가 도입 취지에 맞게 작동해 우리나라의 회계신인도가 제고되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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