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업무상질병판정위, 투명성·전문성 강화해야

2024-10-04 13:00:06 게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는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설치된 기구다. 질판위는 2008년 설립 이후 업무상 질병 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에 기여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업무상 질병 산재 신청이 증가하면서 질판위는 꾸준히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질판위의 최근 심의현황과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제기된 아쉬운 점을 살펴보자.

업무상 질병은 늘고 있지만 인정률은 반대로 하락

2023년도 질판위의 심의현황에 따르면 전체 판정 건수는 1만8523건으로 전년 동기 1만7222건 대비 1301건(7.6%) 늘었다. 인정률은 59.5%로 전년 동기 62.9% 대비 3.4%p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뇌심혈관계질병은 2117건으로 166건(8.5%) 늘고 인정률 33.2%로 1.3%p 하락했다. 근골격계질병은 1만,263건으로 1691건(14.6%) 증가, 인정률 64.7%로 1.3%p 하락했다. 기타질병은 3143건으로 556건(15.0%) 줄고 인정률 55.0%로 14.2%p 낮아졌다. 즉 업무상 질병 신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인정률은 반대로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물리적으로 또는 억지로 질판위의 인정률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며 질판위의 판정이 틀렸다는 걸 지적하는 것도 아니다. 공인노무사로서 재해근로자를 대리해 뇌심혈관계질병 또는 근골격계질병 등의 요양급여 등의 신청을 대리한다. 대리업무의 결론은 질판위의 심의 후 그 결과에 따라 요양관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것인지 결정된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필자가 경험한 질판위는 참 빨리 끝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매우 유사한 사안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를 받았을 때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도 건조하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떤 점이 판정 결과의 인정·불인정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현재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질판위의 판정은 재해근로자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이 결정되는 순간임이 분명한데도 때로는 판정회의가 너무도 건조하게 진행된다는 점은 백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질판위에 대해 아쉬움과 바라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상 질병 처리 건수가 급증하면서 판정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최초요양급여 신청부터 질판위의 판정 결과를 얻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돼 재해근로자의 요양이 종료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재해근로자의 경제적·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판정까지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방법을 살펴 개선돼야 한다.

둘째, 현재는 질판위의 판정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어서 신뢰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심의에서 다룬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돼야 하고 판정의 자의성을 통제하고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 및 견제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무엇보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청구인은 근로복지공단 지사의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 확인 없이 질판위에 참석한다.

따라서 질판위의 신뢰성 그리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사에서부터 질판위에 통보하는 조사보고서를 일정부분 요약해 청구인 측이 질판위 참석 전 지사의 조사결과를 일정부분 알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질판위를 ‘질병별위원회’로 전환 고려해야

셋째, 산업재해는 인과관계 입증책임이 노동자에게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해 재해근로자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질판위를 ‘질병별위원회’(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원회는 더 전문적이고 판정근거의 기준 수립에 용이할 수 있다.

나아가 질판위는 궁극적으로 신뢰성과 공정성,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고 재해근로자들 역시 질판위의 결정을 인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질판위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재해근로자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변화하는 노동환경과 증가하는 질병 산재 신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불가피하다.

질판위는 신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해 더욱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질병판정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재해근로자의 건강권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 노동계, 전문가 집단이 협력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시점이다.

김진관

노무법인 위너스(인천)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