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종대왕의 도시, 한글세계화 거점 꿈꾼다

2024-10-07 13:00:00 게재

세계 역사적으로 실존 인물의 이름을 도시명으로 삼은 예는 많지 않다. 미국의 워싱턴 D.C.가 미국의 첫번째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서, 프랑스의 마르세유가 로마시대 역사적 인물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스에서 따온 정도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레닌그라드나 미국의 로즈버그 정도가 있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하다.

충무공 이순신이 활약했던 한산도 일원을 지칭했던 충무시가 사실상 유일했으나 그마저도 1995년 통영시로 변경된 이후로는 전무했다. 그러던 중 2007년 국민공모를 통해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그 주변 지역을 세종시로 이름 지은 것이 현존하는 국내 유일한 사례가 됐다.

세종시 한글문화도시에 예비지정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시절 세종시의 도시 정체성을 세종대왕에서 찾고자 마을과 도로 학교 교량에 순우리말을 붙이기로 했다. 그 덕분에 지금 세종에서는 한누리대로 소담동 고운동 호려울마을 가재마을 글벗초 등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세종시가 세종대왕의 유산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도시의 정체성을 고작 행정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 주거 경제 등의 기능이 결합된 도시라는 뜻의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머물게 해서는 세종의 이름이 아깝다.

그런 연유로 민선 8기 세종시는 세종대왕이 남긴 세계적인 유산인 한글에 주목한다. 지난해 한글날 정부 경축식을 세종에서 개최한 것도, 어린이 한글대왕 선발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세종에 한글사랑거리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매년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 행사를 성대하게 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중장기적으로는 세종 국립 한글문화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한글을 해외에 체계적으로 확산·전수할 교원을 양성하고 한국어 연구, 교재 개발·보급 등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또 외국인과 해외동포 자녀 등이 한글과 한국어, 전통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공간으로 전통 언어산업부터 언어기술과 언어 콘텐츠 산업을 포괄하는 언어문화 산업화거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도시기반 측면에서의 접근과 함께 시민이 일상에서 한글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문체부가 지정하는 문화도시에 세종시가 한글문화도시로 예비 지정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한글 더 이상 한국 전유물 아냐

한글과 한국어는 이제 한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정확하고 품격있는 한국어를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 ‘외국인 한국어 문학상’을 제정하면 어떨까. 노벨문학상의 기초가 되지는 않을까. 미국 대통령처럼 전세계의 어린이 한글 철자법 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대통령이 직접 수상하는(스펠링 비) 세계 한글 맞춤법 대회를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면 어떨까.

세종에서는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축제를 연다. 올해도 9일 한글날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열두번째 축제가 열린다.

역사적으로 세계 각국이 전성기일 때 최고 지도자는 언어정책으로 그 나라의 위명을 키웠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절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고, 로마는 문자로 역사를 점령했다. 강대국의 증좌가 그 나라 언어의 확산을 통해 입증되는 것이라면 이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의 위치에 서 있다. 한반도를 넘어 5000년 민족의 언어문화를 세계로 비상시키는 일, 세종대왕의 묘호를 물려받은 도시 세종에서 한글문화의 비상을 꿈꾼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