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사고로 뇌출혈 “업무상 재해”
법원 “기저질환, 사고 겹쳐 뇌출혈 유발”
근로자가 새벽 출근길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내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3월 경기 파주의 한 사업장에 새벽조 근무를 위해 출근하던 중 졸음 운전해 중앙선을 넘는 역주행으로 반대편 차선의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는 응급실로 옮겨져 뇌출혈 진단을 받은 후 2021년 7월 “사고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질병이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그러나 공단은 사고 전에 있던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고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요양급여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A씨가 이전에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확인된다”며 “업무와 이 사건에 따른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당시 사고로 급박한 상황에 처하자 두려움과 놀람으로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출혈이 촉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설령 병으로 사고가 난 것이라고 해도 사업장에서 교대제 업무를 하면서 근로시간이 자주 변경돼 생체리듬이 깨진 것이 원인이 돼 뇌출혈이 발병 또는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출퇴근 운전 중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목격자 진술에 의하면 A씨는 사고 직후 의식과 움직임이 모두 있는 상태였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A씨가 운전 도중 갑작스럽게 뇌출혈이 발병해 의식을 잃고 역주행사고를 냈다면 그 후에도 의식을 잃은 상태가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교통사고는 A씨의 기저질환에 겹쳐서 뇌출혈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고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