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이사장 66명 ‘4선 이상’…연임 규제 회피 ‘꼼수’
대리인 내세워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출마
위성곤 의원 “사금고화 심각, 중임 제한해야”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이 ‘연임 제한’ 규정을 피해 장기간 이사장직을 독점하면서 새마을금고를 사금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 1235명 중 66명(5.3%)은 4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57명은 4선, 8명은 5선이고 6선도 1명 있었다. 2선 이상인 이사장은 656명(53.1%)으로 가장 많았고 3선 이내인 경우는 590명(47.8%)이다. 새마을금고법에는 연임 제한만 있고 중임 제한은 없다.
새마을금고에서 전산을 통해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을 역임한 3232명의 중임률은 50.7%에 달했다. 이 가운데 2선은 949명, 3선은 619명이고, 4~6선은 각각 72명, 8명, 1명이다.
이처럼 중임률이 높은 이유는 연임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남 순천 A새마을금고의 보궐선거에서는 90대 고령의 김 모씨가 이사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김씨는 취임 6개월 만에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났고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직전 A금고 이사장을 3차례 역임한 강 모씨가 당선됐다. 강씨는 건강을 이유로 중도 사직했다가 재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강씨가 연임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고령의 후보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새마을금고법상 이사장은 첫 임기 후 2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한 후 남은 기간 대리인을 내세워 당선시켰다가 중도 하차하게 만들면 4년 임기를 3번 연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선 이상을 하고 있는 다수의 이사장들이 1~2년 한 차례씩만 다른 이사장에게 잠시 자리를 내주고 10여년 간 이사장 자리를 독점하고 있다. 2003년 첫 취임한 목포의 한 금고 이사장은 20년이 넘게 재임 중이다.
단임에 그친 전직 이사장은 1014명(31.4%)이며 이 중 재임 기간이 0~2년인 이사장은 432명(42.6%)으로 다른 이사장의 연임을 위해 잠시 자리를 맡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금고는 지난해 남편이 3번째 이사장직 연임 중 사퇴하고 부인이 잠시 이사장을 맡았다가 다시 사퇴한 후 남편이 재당선되면서 회원들이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4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이사장이 임기만료일 전 2년부터 임기만료일 사이에 퇴임한 경우 1회 재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사장이 2년 내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경우에도 연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을 내세우는 기간을 2년으로 늘리면 편법으로 재당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따라서 연임 제한 규정을 중임으로 강화하거나 최대 재직 기간을 규정화하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성곤 의원은 “새마을금고의 사금고화 현상은 불법 대출, 횡령, 갑질, 채용 비리, 성 비위 등 각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가족이 이사장직을 번갈아 맡는 정황도 포착된 만큼, 중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더 촘촘히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후보들의 권리 제한 측면에서 규제 강화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