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과기부, 요금감면 비용 떠넘겨 통신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액이 지난해 1조2604억원을 기록하며 통신사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준석 의원(경기 화성시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는 공중전화 등 일부 보편적 역무에 따른 통신사의 손실보전금을 연간 600억원 규모로 집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조2000억원을 넘어선 요금감면서비스의 손실보전은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자 자체 부담분이라는 것이다.
2018년 6300억원 규모였던 통신요금 감면액은 2023년 1조2600억원으로 5년 새 2배로 급증했다. 법률에 근거한 정부정책이다 보니 통신사들은 비용부담을 지면서도 CSR(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에는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통신요금 감면 대상이 2000년 제도도입 당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2008년에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됐고, 2017년에는 기초연금 수급자까지 포함됐다. 감면 서비스 역시 시내전화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또 인터넷 전화와 와이브로 등 지속적으로 넓어졌다.
우리나라의 요금감면 대상자는 전체의 15.1%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 2.2%, 프랑스 0.0008% 등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다.
이준석 의원은 “정부는 그동안 수시로 시행령을 개정해 요금감면 대상자를 확대하고 생색을 냈다”면서 “만약 예산이 투입됐다면 지금과 같이 대상을 확대하는데 기재부가 동의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공익추구 목적이라도 민간회사에 연간 1조원이 넘는 비용을 떠넘기는 것은 재산권과 주주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이라며 “손실부담은 결국 통신요금 인상압박으로 작용해 전체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이익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은 공식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시행하고, 민간기업은 CSR활동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홍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부는 기존 통신요금 감면에 더해 부가서비스와 OTT 등 디지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디지털 바우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전기통신사업자에게만 부과하던 보편적 역무 부담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부가통신사업자의 디지털 바우처 사업 참여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법률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복지사업 재원부담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